[펫·보·이] 적금이냐 보험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입력 2020-09-12 09:00   수정 2020-09-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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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이] 적금이냐 보험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편집자 주 = 국내 반려견과 반려묘의 수는 작년 기준으로 각각 598만마리와 258만마리로 추정(농림축산식품부 4월 발표)됩니다. 이러한 규모에도 반려동물 의료보험이 정착되지 않아 반려동물의 질병·부상은 가족에 큰 부담이 되고 유기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펫보험 이야기, '펫·보·이' 시리즈는 반려동물 의료보장에 관한 이해를 넓히고자 사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보험 정보를 소개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보험보다 적금이 나아요. 펫보험은 보험료에 비해 보장이 별로라서요"
"펫보험 필요해요. 애기가 아프면 한달에 약값만 30만∼40만원이라 적금으로 감당 못 합니다"
"차라리 5만원씩 적금 드세요. 막상 보험 청구할 일이 별로 없거든요"
"사람도 보험 가입하느니 그 돈으로 적금 드는 게 낫다고들 하지만 그렇게 잘 안 되죠. 중간에 적금 깨기 십상이에요. 한달 5만원씩 넣어봐야 1년에 60만원밖에 안 되는데 심하게 아프면 몇백은 그냥 나옵니다"
"지금은 어려서 건강하니 적금 쌓으려고요. 보험을 들더라도 몇 년 후에 하는 게 이익이라 봐요"
"나이 들면 병원비 부담이 너무 커요. 적금과 보험 다 준비해야 하겠더라고요"
온라인 반려동물 커뮤니티에는 펫보험에 관한 대화가 주기적으로 벌어지는데, 대부분 '적금이냐 펫보험이냐'를 둘러싼 토론이다. 현재 스코어는 '적금파(派)' 우세다.


적금을 지지하는 논리는 ▲ 보험료 부담 ▲ 보장률과 보장범위 미흡 ▲ '본전' 심리 등으로 요약된다.
견종과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보험료는 어릴 때는 3만원대 초반이지만 노견이 되면 10만원이 넘을 수도 있다.
보장률은 50∼70%라서 사람 국민건강보험이나 실손의료보험보다 본인부담률이 높으며, 반려견이 잘 걸리는 슬개골 질환도 보험사에 따라 보장 여부가 갈린다.
그러나 보험료나 보장률보다는 보험에 대한 인식이 저변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펫보험 펫퍼민트를 운영하는 메리츠화재[000060] 관계자는 "보험은 '비용'으로 간주하는 게 적합한데 국내 소비자는 보험금이나 환급을 기준으로 이익과 손해를 많이 따지는 편"이라며 "펫보험에서도 이런 인식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애견 미용은 비용이라고 여기고 몇만 원씩 써도 보험료는 아깝다고 여기는 보호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아직은 반려동물보험 시장이 걸음마 단계이지만 해외 각국을 보면 국내 인식 변화가 점쳐진다.
국내 반려동물 실손의료보험은 10년 전 처음 출시됐지만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8년 말이다.
현재 메리츠화재 펫퍼민트, 삼성화재[000810] 애니펫, DB손해보험[005830] 아이러브펫보험, 한화손해보험[000370](스몰티켓) 펫플러스 등 5∼6개 상품이 팔린다.
12일 현재 전체 계약수는 3만건 남짓으로, 점유율은 펫퍼민트, 애니펫, 아이러브펫보험 순이다.
국내 반려견과 반려묘를 900만마리라고 할 때 가입률은 0.3%에 불과하다.
스웨덴(40%)과 영국(25%), 일본(6%)과는 비교조차 힘든 수준이고, 캐나다(2%)와 미국(1%)에도 한참 못 미친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빠르게 성장할 잠재력도 있는 셈이다.


고소득 국가 중에는 상대적으로 가입률이 저조한 미국에서도 올해 들어 보험사들이 잇달아 펫보험 사업에 진출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인 상품이 속속 등장했다.
예를 들어 보험에 정보기술(ICT)을 접목한 인슈어테크 기업으로서 최근 주목받는 미국 레모네이드는 올해 7월 기존 보험상품과 결합한 특약형 펫보험으로 보험료를 대폭 낮췄다.
보호자들은 이와 함께 반려동물 제도나 의료체계가 정비돼야 제대로 의료보장이 가능해지고 부담도 덜게 된다고 지적한다.
DB손보 관계자는 "등록제와 의료제도 등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는 계약자 대부분 가입 기간이 2년 이내이지만 보호자들의 경험이 쌓이면 펫보험에 대한 인식도 자연히 달라지리라고 업계는 기대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켜낸 긍정적 경험이 자꾸 쌓이고 이것이 퍼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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