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하노이 노딜후에도 계속된 친서…판문점 회동으로

입력 2020-09-13 12:52   수정 2020-09-13 13:03

트럼프-김정은 하노이 노딜후에도 계속된 친서…판문점 회동으로
트럼프, 판문점 회동 직전에도 친서 보내…북한 땅 밟은 뒤 "영광"
회동후 친서에선 "북 번영 이끌고 핵부담 없앨 합의 타결 자신감"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작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노딜' 후에도 추가 만남을 희망하는 친서를 꾸준히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판문점 회동 하루 전 트윗 제안에 이어 친서까지 보내 초청 의사를 전달하고 김 위원장이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입수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의 일부 내용에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뒤 판문점 회동을 전후로 두 정상이 교환한 친서와 비핵화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다.
그러나 양측은 판문점 회동에서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이후 특단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김정은 "마주 앉을 때 올 것"…트럼프, 방한 직전 "매우 가까운 곳" 초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019년 2월 27~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은 영변 핵시설 해체와 경제 제재 완화 맞교환을 요구한 북한과, 추가 시설 해체를 주장한 미국의 이견으로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3주가량 후인 3월 22일 "하노이로의 긴 여행을 한 데 대해 다시 감사하다. 내가 말한 것처럼 당신은 나의 친구이고 항상 그럴 것"이라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이후 김 위원장은 6월 10일 친서를 보냈다. 그는 "103일전 하노이에서 나눈 모든 순간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은 영광의 순간이었다"며 "그런 소중한 기억은 우리가 미래 어느 날 다시 서로를 향해 걸어갈 때 내가 발걸음을 내디딜 추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깊고 특별한 우정이 마법의 힘처럼 작용할 것이라며 "우리가 위대한 일이 일어나도록 함께 마주 앉을 때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추가 회동을 열어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후인 12일 친서를 보내 "당신과 나는 독특한 스타일과 특별한 우정을 갖고 있다. 오직 당신과 나만이 협력해 두 나라 간 문제를 해결하고 70년의 적대를 끝낼 수 있다"며 "이는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달 29일 오전 트윗으로 비무장지대(DMZ) 회동을 제안했다.
또 같은 날 친서를 보내 자신이 이튿날 한국을 방문한다고 전하며 "내가 당신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내일 오후 국경에서의 회동에 초청하고 싶다"며 30일 오후 3시 30분 회동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구체적인 어젠다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우리가 서로에게 매우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당신을 다시 만나는 것은 훌륭한 일일 것"이라고 적었고, 김 위원장도 이 초청을 수락했다.

◇북한땅 밟은 트럼프 "영광"…김정은 "회동제안 친서에 놀랐다"
북미 정상은 2019년 6월 30일 오후 3시45분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세 번째 만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만난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내가 (분계선을) 넘어오길 바라나요"라고 묻고, 김 위원장은 "넘어오길 희망한다"고 대답했다.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두 정상은 통역을 대동하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에게 감사하고 싶다"며 "보라.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전 세계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 제안 친서에 놀랐다면서 "이런 장소에서의 만남은 우리가 유감스러운 과거를 끝내고 새로운 미래를 열며 미래의 긍정적 기회를 제공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두 정상의 훌륭한 관계가 아니었다면 판문점 회동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분계)선을 넘으라고 요청해 영광이다. 이 선을 넘어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회동 직후 잇단 친서…"핵부담 없앨 합의 자신감"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당일 김 위원장에게 곧바로 친서를 썼다. 그는 "오늘 당신과 함께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며 언론도 김 위원장을 호평한다고 전한 뒤 "당신 나라의 잠재력은 정말 무한하다. 우리가 계속 함께 협력하면 믿을 수 없는 번영이 당신과 주민을 기다린다고 확신한다"고 적었다.
두 사람의 사진을 1면에 실은 뉴욕타임스 사본에 "위원장님. 멋진 사진이고 훌륭한 시간이었다"고 적은 뒤 친서에 첨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일 22장의 사진과 함께 또다시 친서를 보냈다. 그는 "당신의 국가로 가로질러 넘어가고, 중요한 논의를 재개해 영광이었다"며 "나는 당신과 주민을 위한 엄청난 번영으로 이어지고 당신의 핵 부담을 없앨 큰 합의를 타결할 능력에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적었다.
판문점 회동 때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것을 상기하며 논의를 진전시키자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은 미국 내에서 실질적 내용 없는 사진찍기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자신에게는 매우 중요한 업적이자 기억으로 남은 듯 보인다.
일례로 저자 우드워드가 작년 12월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을 찾았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 사진을 가져오라고 한 뒤 당시 분계선을 넘는 장면을 설명하면서 "매우 멋지다", "멋진 사진", "어느 누구도 이 선을 넘은 적이 없다"고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가 "여전히 위험한 관계 아니냐"고 묻자 "이전보다 덜 위험하다. 그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면서도 "내가 순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는 자신만만한 사람이다. 영리함 그 이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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