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정책금리 -0.1%, 장기금리 0% 정도 유도 지속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 계승을 공약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내각이 출범한 지 하루 만에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보조 맞추기에 나섰다.
일본은행은 17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주재로 연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 장기 금리 지표가 되는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을 제로(0)% 수준으로 유도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추진한 기업의 자금 조달 지원과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등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은 전날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하며 출범한 스가 총리 내각의 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3년 3월 취임한 구로다 총재의 일본은행은 아베 전 총리가 제2차 집권을 시작한 후 추진한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대규모 금융완화를 이끌었다.
1990년대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선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아베 정권이 내세운 아베노믹스는 기동적 재정정책과 적극적인 성장전략과 더불어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완화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을 축으로 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엔화 약세·주가 강세' 현상을 가져오는 등 20년가량 가라앉았던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일정한 효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가 채무를 늘리고 경제격차를 확대하는 등 부작용도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일본은행의 결정은 아베노믹스를 바탕으로 한 경제살리기 정책을 계승하기로 한 스가 정권에서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은 이날 중국으로의 수출과 자동차 생산이 회복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경기 판단도 상향 조정했다.
직전 회의가 열렸던 7월에는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다'에서 이번에 '계속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제활동이 서서히 재개되는 가운데 회복 중'이라고 경기판단을 바꾼 것이다.
일본은행이 경기판단을 올린 것은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행은 다만 지난 7~8월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음식 · 숙박 등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소비 부문의 회복이 둔한 상황이라며 향후 경기가 순조롭게 회복 기조를 유지할지 불투명한 부분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행이 스가 내각의 정책 방향을 보면서 당분간 정부 대책을 뒷받침할 추가 대책이 필요한지 살피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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