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76) 일본은행 총재가 17일 임기 만료 전에 중도 사임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구로다 총재는 이날 오후 이틀간의 금융정책 결정 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퇴임과 관련해 "(나는) 도중에 그만둘 생각이 없다"며 2023년 4월 8일까지인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구로다 총재는 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2013년 3월 20일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하면서 아베 내각이 추진한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대규모 금융완화로 뒷받침했다.
일본 내 아베노믹스 비판론자들은 이를 문제 삼아 아베 총리 퇴임을 계기로 구로다 총재도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네코 마사루(金子勝)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아베 총리의 사임 표명 직후인 지난달 28일 트위터에 아베노믹스 실패 등을 아베 총리가 남긴 '부(負)의 유산'으로 거론했다.
그는 그러면서 새 총리가 잘못된 것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야 한다면서 아베 정권이 시키는 대로 "500조엔을 찍어내 뿌린" 구로다 총재와 정권 눈치만 보고 움직인 관료 집단을 일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총리는 중앙은행을 앞세워 유동성 공급을 대대적으로 늘리면서 재정지출과 성장전략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를 이어갈 방침이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은행과 스가 내각의 관계에 대해 "충분한 의사소통을 도모하고, 확실하게 협력하면서 정책을 운용해 나가고 싶다"며 정권에 보조를 맞추는 금융통화 정책을 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스가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지방은행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 지방은행의 수익성과 경영효율을 높이려면 통합이나 재편이 "당연히 선택지의 하나가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일본은행은 앞서 열린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 장기 금리 지표가 되는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을 제로(0)% 수준으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추진한 기업의 자금 조달 지원과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등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 정책을 지속하기로 함으로써 스가 내각의 경제 정책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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