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감염이 확실한지는 아직 결론 내릴 수 없어"
전문가들 "마스크 쓰고 방역지침 지키면 안전"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환기 시스템 덕분에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비행기 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전염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천600여 건의 관련 사례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잠재적으로 노출된 승객은 1만1천명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DC 이주·격리부처의 케이틀린 쇼키 대변인은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사람 중 기내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추적 정보가 제한적인 데다 바이러스의 잠복 기간을 고려하면 기내에서 전염이 이뤄진 것이라 확실히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CDC는 덧붙였다.
또 관할 지방정부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을 모두 검사하기 어렵거나 진단 검사 결과를 CDC와 공유하지 못해 기내 감염 여부를 확실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쇼키 대변인은 "기내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서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체 비행기 탑승객 규모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간 기내는 밀폐된 공간이지만 기존 환기 시스템 덕분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왔다.
기내의 공기는 떠다니지 않고 바로 외부로 빠져나간 뒤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여과 장치를 거쳐 신선한 공기와 함께 기내로 재유입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CDC는 기내에서는 사람 간 접촉이 잦고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한 공간에 머물더라도 바이러스 감염률은 낮은 편으로 간주해왔다.
각 지방정부 관계자들도 사람 많은 술집이나 실내 파티에 가는 것보다 비행기 안에 있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고 밝혔으며, 미국항송운송협회 캐서린 에스텝 대변인은 "기내에서 감염됐다고 보고된 사례는 없다"며 기내가 안전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 버몬트주 보건당국은 CDC가 기내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됐다고 알려온 승객을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했으나 양성 판정이 나온 사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기내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은 지난달 25일 웨일스에서 출발한 그리스 자킨토스섬행 비행기를 이용한 탑승객 중 코로나19 감염자가 7명 발생해 해당 항공편 탑승객 및 승무원 200명가량에 2주간 격리를 명령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역시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올 3월 2일 영국에서 출발한 베트남행 비행기에서 코로나19 유증상자 한 명이 승객 15명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두 사례 모두 마스크 착용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내 화장실에서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판단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한국 차의과학대학교 분당 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코로나19 무증상자 6명이 탑승한 이탈리아 밀라노발 비행기를 이용했던 여성 승객 한 명이 자가격리 8일째부터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이 여성은 비행기 탑승 직전까지도 격리 생활을 했으며 기내 좌석에 앉아있을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나 화장실에서 잠깐 벗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화장실은 무증상 감염자들도 이용했던 곳이었다.
연구팀은 "비행기의 환기 시스템이 바이러스 차단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화장실 내 오염원으로부터 감염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 케일리 블레이니 감염학자는 "기내에서 코로나19에 노출돼 양성판정을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항공사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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