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러 갑부 로텐베르크, 바클레이 계좌 이용 돈세탁"
"보수당 최대 기부자 여성 남편도 올리가르히로부터 돈 받아"
(서울·런던=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박대한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구가 서방국가들의 제재 명단에 올랐는데도 버젓이 영국 대형은행을 통해 돈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2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러시아의 갑부 아르카디 로텐베르크(68) 형제가 소유한 기업이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의 계좌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관리한 정황이 확인됐다.
로텐베르크는 2008년 '어드밴티지 얼라이언스'라는 기업의 계좌를 바클레이즈에 개설한 뒤 2012~16년 사이 6천만파운드(900억원 상당)를 입출금했다.
문제는 로텐베르크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 명단에 오른 인물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2014년 3월 강제로 병합하자 러시아의 기업과 정·재계 인사 다수를 제재했는데 이때 로텐베르크도 제재명단에 포함됐다.
미국 상원에 따르면 로텐베르크는 서방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하려고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였다가 되파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텐베르크와 그의 동생은 어린 시절 푸틴과 같은 유도장에서 운동하면서 친해진 사이로, 미국 정부는 이들 형제가 러시아 핵심 권부와 매우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로텐베르크 형제는 푸틴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국영 석유 기업이나 소치 동계올림픽 관련 계약으로 거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클레이즈는 해당 계좌의 실소유주가 제재 대상인 로텐베르크로 의심해 조사를 거쳐 해당 계좌들을 폐쇄했지만, 이 계좌들은 서방 당국의 제재 이후인 2017년까지 유지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또 영국 집권 보수당의 최대 여성 기부자 중 한 명의 남편이 푸틴과 가까운 올리가르히(신흥재벌)로부터 수십억원을 비밀리에 전해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재무부 고위 관료 출신인 블라디미르 체르누킨(52)과 부인 루보프 체르누킨(47)은 2004년 런던으로 건너온 뒤 시민권을 획득했다.
루보프는 최근 8년간 보수당에 170만 파운드(약 25억원)을 기부한 최대 기부자 중 한 명이다.
그녀는 2014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과 테니스 경기를 하는데 16만 파운드(약 2억4천만원)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루보프의 남편인 블라디미르가 2016년 러시아 최대 금광소유자이자 상원의원인 억만장자 슐레이만 케리모프로부터 비밀리에 610만 파운드(약 91억원)를 전달받았다는 점이다.
케리모프는 2018년 미국 당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으며, 2016년 프랑스에서 조세 사기에 연루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영국에서 기반을 닦은 러시아인들이 정당 기부 등을 통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루보프의 변호사는 보수당에 대한 기부금액은 러시아의 영향력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일련의 BBC 보도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등에서 입수한 문건을 분석한 것이다.
BBC는 또한 FinCEN 자료를 분석해 영국의 또 다른 대형은행 HSBC도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특정 계좌가 이용되는 것을 파악하고서도 수백만달러가 유통되도록 방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던 '밍수'라는 이름의 중국계 남성이 시작한 사기 범죄에 특정 계좌가 이용되고 있다는 정황을 HSBC가 파악했지만 한참 뒤에 계좌를 폐쇄했다는 것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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