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제 개혁' 상징 하루 만에 없어져…경찰 "누구 소행인지 몰라"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반정부 집회 주최 측이 지난 20일 방콕 도심 왕궁 옆 사남 루엉 광장에 설치한 '군주제 개혁' 기념 판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방콕시 경찰청 차장인 삐야 따위차이는 21일 로이터 통신에 "기념판이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어떻게 그리고 누가 그걸 제거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삐야 차장은 "경찰은 방콕시 당국과 협조해 누가 이 기념판을 제거했는지 확인 중"이라며 "기념판을 불법적으로 설치한 것은 반정부 집회 주최 측을 처벌할 증거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장 관리를 맡고 있던 방콕시 측도 누가 기념 동판을 가져갔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앞서 반정부 집회 주최 측은 전날 오전 광장 바닥에 기념판을 설치했다.
기념 동판은 "이곳에, 이 나라는 왕의 것이라고 국민을 속여온 것과는 다르게 국민의 것이라는 국민의 뜻을 밝힌다"라는 문구를 담고 있어, '군주제 개혁' 요구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기념 동판은 현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즉위한 이후인 2017년 4월 갑자기 사라진 '민주화 혁명 기념판'을 대체하는 것이었다.
민주화 혁명 기념판은 태국이 절대왕정을 종식하고 입헌군주제를 도입한 계기가 된 1932년 무혈 혁명을 기념해 1936년 왕궁 인근 광장 바닥에 설치된 역사적 기념물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국왕에 대한 충성 메시지를 담은 금속판이 대신 자리하고 있다.
반정부 집회를 이끈 지도부 중 한 명인 인권변호사 아논 남빠는 로이터 통신에 "경찰에 누가 기념 동판을 가져갔는지 수사 의뢰를 할 것"이라며 "동판은 국민에게 되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반정부 활동가 빠릿 치와락은 기념판이 사라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이 기념판이, 그리고 그 메시지가 국민의 마음속에 심어졌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한편 정부 미술국은 집회 참석자들이 광장의 콘크리트를 깨고 기념판을 설치한 것은 유적지 훼손이라면서 경찰에 이날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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