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환경 문제 ·인권문제 등 전방위 비난전 가열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미국과 중국 정상이 유엔 총회에서 정면으로 충돌한 이후 양국의 격한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무역에서 기술까지 전방위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화상으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비난을 쏟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리 녹화한 유엔 총회 연설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했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다시 들고나왔다.
그는 중국의 초기 대응을 맹비난하고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 주석은 사전 녹화 연설에서 코로나 사태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중국은 국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신했다"면서 "국제 공공 위생과 안전을 위해 중국의 역량을 공헌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경 문제도 거론하며 '중국 때리기'를 계속했다.
그는 "중국은 매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다른 나라 수역에서 남획하고, 거대한 산호초를 파괴하고, 어느 나라보다 독성이 강한 수은을 대기로 방출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중국은 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2060년 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 중국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이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이틀 연속으로 정면 반박했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표는 23일(현지시간) "국제사회가 코로나19 방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 미국은 정치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단합과 협력이 필요한데 미국은 오히려 유엔 무대에서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거짓말을 지어내고 정치적 목적으로 중국을 음해한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환경 문제를 놓고도 맞받아쳤다. 그는 "미국은 세계 최대 고체 쓰레기 수출국이자 1인당 플라스틱 소비 대국"이라면서 "중국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하고 반문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4일 사설에서 "미국은 유엔에서 대국처럼 행동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대중국 강경 발언을 쏟아내 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에 대한 비난을 계속했다.
그는 23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경각심을 가질 것을 경고하면서, 미 지역 정치인과 기업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중 우호협회와 중국평화통일추진협의회가 미국의 지역 정치인과 기업 단체, 학교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혹과 관련, 이들 단체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와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을 통해 불안을 조장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한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무슬림 탄압에 대한 미 정부 입장과 관련, "어떤 용어로 어떻게 묘사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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