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장업계 반발 의식한 듯…'도장 때문에 재택근무 못 한다' 비판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가운데 일본 직장인은 서류에 도장을 찍으려고 출근한다는 비웃음을 산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이 행정기관 도장 폐지를 시도한다.
인장업계가 도장 폐지 움직임을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는 가운데 개혁의 깃발을 내건 시도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25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행정개혁 담당상은 행정 절차에 도장을 사용하지 말라고 모든 부성(府省·중앙행정기관)에 전날 요청했다.
고노 담당상은 업무상 도장이 필요한 기관은 그 이유를 이달 안에 회신하라고 요구하는 등 도장 폐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는 같은 날 오후 민영방송 TV아사히에 출연해 날인이 필요한 각종 절차가 1만 건 이상 있는데 도장을 없애면 행정의 디지털화가 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3일 스가 총리가 주재한 디지털 개혁 관계 각료 회의에서 "도장을 즉시 없애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은 각종 계약이나 거래에 서명보다 도장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어렵게 상대를 설득해 도장 대신 서명을 관철한 이들은 나중에 의외의 불편을 겪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은행 창구에서 신분증까지 제시했음에도 서명의 모양이 최초에 등록한 것과 다르다며 예금 지급을 거절당할 수 있다.
계약이나 거래 목적 외에도 도장 자체에 대한 애착도 만만치 않다.
편지나 엽서에 개성 있게 새긴 도장을 찍어 보내는 이들도 많고 역이나 관광지 등에는 방문 기념 스탬프를 쉽게 볼 수 있다.
인장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생계와도 직결되므로 도장 폐지는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다.
올해 4월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도장 때문에 재택근무가 어렵다는 비판이 고조하는 가운데 도장업계 관계자들이 '도장 이탈이 심각해진다.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도장 사용이 줄어가는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일본의 인장제도·문화를 지키는 의원연맹'에 호소하기도 했다.
고노 담당상도 이런 측면을 잘 의식했는지 빠져나갈 구멍을 살짝 터놓았다.
그는 24일 트위터에 자신의 얼굴 모양과 이름이 함께 새겨진 도장 사진을 올리고서 "전에도 트위터에 썼지만, 행정 절차에서 도장을 없애자는 것이며 도장 문화는 좋아한다"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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