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한밤중 자택에 진입한 경찰의 총에 숨진 흑인 여성 브레오나 테일러의 유족이 미국의 사법체제를 비판했다.
CNN은 25일(현지시간) 테일러의 모친인 타미카 파머가 켄터키주(州) 대배심이 경찰관들의 총격 행위를 정당방위였다고 판단한 데 대해 "이런 이유로 미국의 사법체제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파머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여동생이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법은 흑인과 다른 유색인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머는 "그들과 우리는 별개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머의 딸인 테일러는 지난 3월 마약 수색을 위해 자정을 넘은 시간에 아무런 경고 없이 문을 열고 실내로 진입한 3명의 경찰관에게 총을 맡고 숨졌다.
잠을 자고 있던 테일러의 남자 친구는 경찰을 침입자로 오인해 총을 발사했고, 경찰이 응사해 테일러가 숨졌다.
시 당국은 최근 소송을 제기한 테일러의 유족과 1천200만 달러(140억원)에 합의했지만, 대배심은 테일러의 사망과 관련된 백인 경찰관들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했다.
테일러의 유족이 대배심 결정에 대한 불만을 직접 표명한 것은 미국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항의 시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의 유족은 대배심 평결문의 공개도 함께 요구했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루이빌 경찰서 소속 백인 간부가 동료들에게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대를 비하하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확산했다.
브리지트 핼러한 경정은 안티파(극좌성향의 반 파시즘단체)와 BLM 시위대를 '불량배'(punk)라고 표현한 뒤 "새끼발톱만 한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파머도 입장문에서 핼러한 경정의 이메일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우리를 어떤 식으로 보는지 확실해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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