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법관 지명에 미국 선거철 '여야 대충돌' 예고

입력 2020-09-27 08:53   수정 2020-09-27 15:31

트럼프 대법관 지명에 미국 선거철 '여야 대충돌' 예고
공화당 내달 중 인준 마무리…진보 공석에 보수 주입
대법관 균형 상실…의료·낙태·총기·이민 등 변화 예고
민주, 민주주의 훼손·우경화 우려…인준 막을 대책은 없어
대선변수로 부각…"미국역사 전례 없는 선거철 인사 분쟁"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석이 된 연방대법관에 대한 지명을 강행함에 따라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미국 여야의 정면충돌이 예고됐다.
진보 아이콘의 공백을 보수 신인으로 메우는 것을 넘어 미국 사회의 가치를 최종 규정하는 대법관들의 보혁 균형을 무너뜨리는 절차인 까닭에 갈등 수위가 전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 연방고법 판사를 26일(현지시간) 지명했다.
배럿 판사가 상원 인사청문회 등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미국 대법관은 6대3으로 보수진영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된다.
배럿 판사 인준 청문회를 진행하는 미국 상원의 의석분포는 여당인 공화당이 53석, 야당인 민주당과 무소속이 47석으로 배럿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이 저지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공화당은 이 같은 의석 우위를 앞세워 오는 11월 3일 대통령 선거 전까지 인준 투표를 신속하게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에 따르면 공화당은 다음 달 12일 배럿의 발언을 시작으로 인준 절차에 착수해 13∼15일 청문회를 거쳐 10월 마지막 주에는 인준을 위한 전체표결에 들어간다는 잠정 계획을 세웠다.
민주당으로서는 인준 절차를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는 배럿 판사의 대법관 취임을 막을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배럿 지명을 두고 민주당이 제기하는 우려는 크게 볼 때 '민주주의 훼손', '미국 사회가 겪게 될 우경화' 등 두 가지다.
우선 대통령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 11월 3일 선거를 코앞에 두고 레임덕국면에 진입한 집권당이 미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법관을 임명하는 게 대의 민주주의에서 합당한지 의문이라는 반발이다.
나아가 이번 절차에 따라 대법관의 균형이 보수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면 향후 미국의 진보적인 정책들이 하나둘씩 법정 공방에 휘말려 소멸할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국민이 차기 대통령과 의회를 선택할 때까지 상원이 대법관 공석을 메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배럿 판사는 건강보험개혁법(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의 보편 의료 확대 정책)에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결에 반대한 법관"이라며 주요 공공정책의 격변도 우려했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직으로 임명권자의 퇴임 뒤에도 본인의 사망 또는 사퇴 전까지 그 지위가 유지된다.
이들 대법관은 총기규제, 낙태할 권리, 이민, 성적지향에 대한 처우, 선거자금 등 고질적 갈등이 있는 미국의 모든 공공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다.
배럿 판사가 대법관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해 떠나더라도 오랫동안 '트럼피즘'을 미국 사회에 투영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진보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당에는 낙태에 반대하고 성 소수자에 반감을 가지며 미등록 이주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데다가 총기규제까지 반대하는 배럿 판사가 '악몽'일 수밖에 없다.
반면 보수 가치를 지향하는 공화당으로서는 건강보험개혁법을 시작으로 진보정권들이 도입한 공공정책들을 폐기하는 데 배럿 판사가 대법관으로서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배럿 대법관 인준 절차는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도 끝까지 쟁점이 될 전망이며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주의 성향이 깊은 판사를 임명함으로써 선거철에 인사를 두고 미국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분쟁이 촉발됐다"고 전반적 상황을 설명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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