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이라크에서 주둔군 병력을 줄이기로 한 미국이 안정보장 문제로 대사관까지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6일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를 만나 이런 계획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바그다드에 있는 2곳의 서방 국가 대사관도 이 같은 미국의 철수 계획을 통보받았다고 WP는 덧붙였다.
이라크는 이런 미국의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아흐마드 물라 탈랄 이라크 총리실 대변인은 "대사관 철수 계획은 미국과 이라크의 관계를 흔들려는 불법 세력들에게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 정부에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 외교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 철수를 실제로 강행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대사관이 폐쇄 수순을 밟는다면 대략 90일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군 기지와 미국 시설은 지난 1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암살된 이후 잇따른 무장 공격에 시달려왔다.
올해 미군 2명, 영국인 1명, 이라크 보안군 다수가 민병대의 로켓포 공격에 숨졌다.
미국은 이 공격의 배후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지목한다.
이라크에는 정규군과 맞먹는 전력을 가진 친이란 민병대가 국방·치안 분야는 물론 정파를 형성해 의회에도 영향력을 끼친다.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총리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는 친이란 민병대를 축출하기 위해 보안군 전력을 강화하고 민병대의 자금줄을 끊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민병대는 바그다드 내 외국 외교 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라크가 자국 내 외교 시설에 대한 안전 조치를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철수 계획을 밝힌 미국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라크의 한 고위 관리는 27일 "알카드히미 총리가 미 대사관 철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유럽 국가들에 알리고, 이 계획이 철회되도록 미국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히브 히겔 워싱턴 국제 위기 그룹(Washington-based International Crisis Group) 분석가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철수는 언젠가는 이뤄질 일"이라면서도 "갑작스러운 철수는 이라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이달 말까지 5천200명에서 3천명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그다드 주재 유럽 대사관 3곳의 관계자들은 미국이 떠나더라도 이라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