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TV토론 진행은 트럼프도 민주당도 꺼리는 관록의 앵커 월리스

입력 2020-09-30 06:30  

첫 TV토론 진행은 트럼프도 민주당도 꺼리는 관록의 앵커 월리스
꼼꼼한 사전 취재로 정곡 찌르는 인터뷰 정평…트럼프 7월 인터뷰서 진땀
민주당은 보수성향 우려…2016년 대선 힐러리-트럼프 마지막 토론도 진행
작고 부친도 CBS 간판 '60분' 유명 앵커…"'진행자가 누구였지?'가 목표"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제가 진행을 잘한다면 토론이 끝나고 사람들이 '대단한 토론이었어. 그런데 진행자가 누구였지?'라고 할 겁니다"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첫 TV토론 진행을 맡은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72)는 이틀 전 자신이 진행하는 일요 시사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발언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데 주력하고 진행자인 자신은 가급적 드러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 핵심 파고드는 관록의 폭스뉴스 간판 앵커
월리스는 미국에서 꼼꼼한 사전 취재를 토대로 정중하지만 핵심을 곧장 파고드는 인터뷰로 정평이 나 있는 폭스뉴스 간판 앵커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가 특히 그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비롯해 인터뷰 중 곧바로 직접 팩트 체크를 하며 집요한 인터뷰를 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진땀을 뺐다.
폭스뉴스 진행자들을 노골적으로 칭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월리스에 대해서는 못마땅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TV토론이) 공정하지 않을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극좌 세력이 월리스를 좌지우지한다고 주장했다.
월리스를 비난하는 발언도 트위터 등을 통해 자주 했다. CBS방송 시사 프로그램 '60분'의 간판 앵커였던 월리스의 부친 고 마이크 월리스를 거론하며 "아버지처럼은 절대 안 될 것"이라고 악담하기도 했다.

◇ 트럼프는 악담·민주당도 불편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는 월리스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안심하지 못하는 건 민주당 쪽도 마찬가지다. 월리스가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인 만큼 폭스뉴스의 프레임으로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월리스가 미리 제시한 6가지 토론 주제 중 '인종과 폭력'이 포함된 게 그 방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 와중에 드러난 부분적 폭력 양상을 집중적으로 부각해왔다.
미 메릴랜드대 저널리즘 스쿨의 톰 베택은 워싱턴포스트(WP)에 "월리스가 어떻게 해도 사람들은 그를 비난할 것이지만 그는 엄청나게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다. 대부분 월리스가 첫 진행자라 다행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 2016년 힐러리-트럼프 마지막 토론 사회도
월리스는 ABC·NBC방송에서 일하다 2003년 폭스뉴스로 옮겼다. 보수 성향이기는 하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고 정곡을 찌르는 질문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2016년 세 번의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마지막 토론 사회를 맡았던 것도 월리스였다.
2015년 공화당 대선 경선 TV토론의 공동 진행자이기도 했는데 당시 트럼프 후보의 사업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을 거론하며 "왜 당신이 국가경영을 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하느냐"고 물었고 트럼프 후보는 "당신은 환상 속에 살고 있다"고 반격했다.
월리스도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는 TV토론 진행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는 지난 2월 강연에서 "엄청나게 스트레스 심한 일"이라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했다고 WP는 전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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