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때 공모죄 신설 비판한 교수 등 후보자 6명 탈락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정부 정책에 반대한 학자를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에서 탈락시켜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학술회의가 추천한 후보자가 회원에 임명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스가 정권이 학문의 자유에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스가 총리는 이날 일본학술회의 신규 회원을 임명하면서 이 단체가 추천한 후보 중 6명을 임명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 역시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추천된 이들 중 일부가 회원으로 임명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회원은 일본학술회의 추천을 토대로 총리가 임명하게 돼 있는데 이번처럼 추천된 후보가 임명되지 않은 사례가 과거에는 없었다고 이 단체 사무국은 밝혔다.
임명되지 않은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 추진된 안보법제 정비나 공모죄를 처벌하는 입법에 반대한 인물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보였으나 임명되지 않은 인물 중 한 명인 마쓰미야 다카아키(松宮孝明) 리쓰메이칸(立命館)대 법과대학원 교수는 2017년 조직범죄처벌법을 개정해 공모죄를 신설하는 입법이 추진될 때 참의원 법무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전후 최악의 치안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한 학자가 임명에서 탈락하는 전례 없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정치 권력으로 학문을 길들이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쓰미야 교수는 "형식상 임명권자는 총리지만 학술회의의 추천 기준은 학문의 업적"이라며 "이것(임명 거부)은 학문의 자유에 대한 개입"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의견을 밝혔다.
아즈미 준(安住淳)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번 사태에 관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이라면 그냥 보고 지나갈 수 없다. 국회에서 철저하게 추궁하겠다"고 말했다.
일본학술회의 회원을 지낸 이토 기미오(伊藤公雄) 교토(京都)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일본학술회의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을 허용하는 것은 정부의 폭주를 멈추게 하는 기능 하나를 줄이는 것이 될 수 있고 일본 사회에 큰 마이너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학술회의는 예전부터 '학자의 국회'라고 물린 중요한 기관이며 정부로부터 독립해 정부나 사회를 향해 과학자의 입장에서 정책 제언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임무"라며 이같이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가토 관방장관은 "회원의 인사 등을 통해 일정한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률상 가능하게 돼 있다. 바로 학문의 자유 침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1949년 발족한 일본학술회의는 철학, 사학, 문학, 법학, 경제학, 수학, 물리학, 화학, 농학, 의학, 약학 등 각 부분의 전문가로 구성된 일본의 과학자(학자)를 대표하는 기관이며 일본 총리가 소관하고 운영비를 국고로 부담하지만,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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