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상태 좋다" 설명에도 비서실장은 "2일 우려스러웠다" 상반된 진술
트럼프 "건강 우려 과장됐다" 동요…입원 주저하다 주식시장 마감후 입원키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이후 건강 상태에 관한 당국자 설명이 혼선을 빚으면서 이들의 상반된 진술이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비판론이 4일(현지시간) 나온다.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팀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미한 증상을 앓고 있다며 긍정적 진단만 내놓았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호흡기를 사용했을 정도로 우려가 있었다는 상반된 설명까지 나온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새벽 트윗을 통해 자신과 부인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리고 "우리의 상태는 괜찮다"고 썼다. 주치의인 숀 콘리도 "괜찮은 상태"라고 밝혔다.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당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업무를 보고 있다고 했지만 저녁 무렵 갑자기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때도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예방적 조처와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며칠간 병원에서 일할 것"이라며 심각하지는 않은 상황인 것처럼 설명했다.
입원 이튿날 주치의 콘리와 군병원 의료진의 점심 무렵 기자회견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들은 "오늘 아침 상태가 아주 좋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 상반된 외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활력징후가 지난 24시간 동안 아주 우려스러웠고 치료에 있어 향후 48시간이 대단히 중요하다", "아직 완전한 회복을 위한 분명한 경로에 들어선 건 아니다"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전 백악관에서 산소호흡기를 사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을 전한 이는 다름 아닌 메도스 비서실장으로 드러났다고 외신은 전했다.
실제로 메도스 실장은 전날 밤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금요일(2일) 오전 열이 나고 산소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면서 "어제(3일) 오전 실질적 차도가 있었지만 아직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혼선은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실제로 의료진들은 3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호흡기를 사용한 적이 있는지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또 주치의 콘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사실이 공개된지 36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대통령이 진단을 받은 지 72시간이 됐다고 언급해 논란을 키웠다가 나중에 말을 잘못한 것이라고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상반된 진술은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한 불확실성을 만들었다"며 "의료팀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공개한 것보다 더 빨리 양성 판정을 받았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백악관이 엇갈린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진실을 말하는 행정부의 능력에 관해 의문을 다시 제기했다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 상태가 실제보다 우려스러웠던 것처럼 보도된 데 대해 화가 났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병원에서 입원과 관련한 보도를 지켜보고 이를 비판했으며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설명이 과장됐다며 동요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병원에 입원하던 날인 지난 2일 한 관계자를 인용해 자신이 우려스러운 증상을 보였다고 한 보도에 대해 화가 났다고 한다.
나중에 이 인사가 메도스 비서실장으로 드러났음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자신의 비서실장 언행에 불만한 표시한 셈이 된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우려 증폭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이 월터 리드 군병원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사진 2장을 전날 밤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넥타이를 푼 채 양복을 입고 서류에 서명하는 장면과 아예 와이셔츠 차림으로 업무를 보는 장면이 담겨 있는데, 얼굴이 약간 수척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저녁 몸 상태가 많이 나아졌고 앞으로 며칠이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4분짜리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입원 결정을 주저했다고도 보도했다.
당시 의료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를 우려해 방대한 자원이 제공되는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모니터링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황 악화를 대비하려면 이 병원이 좀 더 빈틈없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은 주식시장 폭락을 막기 위해 장이 마감된 후 출발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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