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부족까지는 아니지만, 의료 시스템 부담 커지는 상황
마드리드 이동제한·파리 술집 폐쇄…각국 정부 '방역-경제활동' 양립 고심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유럽대륙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2차 유행이 가속화하고 있다.
찬 바람이 불면서 최근 일부 국가의 신규 확진자 수가 올봄 1차 유행 당시보다 많아지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직 중증환자 치료용 병상 부족 등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지만,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점차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와 스페인, 영국 등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3∼4월의 첫 대유행 당시 수준을 웃돌고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의 신규 감염자 수도 최근 며칠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ECDC)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중대 발병 상황에서 제외된 국가는 유럽 전체에서 4개국에 불과하다.
'중대 발병' 기준은 최근 7일간 인구 10만명당 평균 환자수가 20명을 넘는 경우를 말하는데, 독일(18.4명), 핀란드(15.5명), 키프로스(14.6명), 노르웨이(13.9명) 등만 이 기준 이하의 발병률을 보였다.
반면 체코공화국은 10만명당 환자가 167.6명, 네덜란드는 140.3명, 프랑스는 120.3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위축된 경기 상황을 고려해 강력한 봉쇄 조치를 풀었던 각국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는 올봄 코로나19 유행 당시의 전면 봉쇄조치 복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수도 파리의 감염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카페와 술집 등의 영업을 최소 2주간 금지하는 강력한 방역 대책을 내놓았다.
이탈리아의 일부 지방 도시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한 방역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수도 로마 등은 길거리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나폴리는 밤 11시 이후 술집 영업 제한 조처를 내렸다.
올봄 코로나 19 유행으로 곤욕을 치렀던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하루 1천500명 선이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2천600명 선으로 급증하자 길거리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적은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며 올봄 강력한 봉쇄조치로 이뤄낸 방역 성과물을 허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독일에서도 확진자 수가 지난 7월 중순부터 슬금슬금 늘어나더니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 1일 신규확진자 수는 2천731명으로 4월 이후 최다였다.
독일 방역업무를 담당하는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RKI)는 결혼식, 생일파티, 장례식 등 집단활동이 코로나 19 재확산의 원천이라고 진단했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는 코로나 19 재유행의 '핫스팟'이다. 최근 스페인의 하루 신규확진자 수는 1만명 이상으로 지난 7월보다 1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하루 사망자 수도 지난여름 10명 안팎에서 최근 12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스페인 정부는 마드리드 시민의 불필요한 이동을 제한하는 한편, 11시 이후 식당 영업금지와 6인 이상 모임 금지 등 조처를 했다.
벨기에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벨기에의 최근 신규 확진자 수는 2천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8월의 평균치인 500명의 4배 이상이다.
벨기에 당국은 코로나 19 입원환자가 늘어나자 수도 브뤼셀 병원 입원환자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해 치료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경우 최근 1주일간 하루 확진자 수가 평균 8천500명 선으로 한 달 전보다 5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루 입원환자 수는 380명으로 전달의 3배, 사망자는 40명으로 4배가량 급증했다.
영국 북부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리버풀, 워링턴, 하트리풀 등 도시에서는 집합금지 및 술집 영업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 영국 전역에서는 6명 이상 집회 금지와 범 10시 이후 술집 및 식당 영업이 제한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경제를 보호하면서도 바이러스도 계속 제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