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한때 세계 최대 상장 기업의 지위를 누린 미국 석유업체 엑손모빌이 이젠 신재생 에너지 업체에조차 시가총액이 뒤처지는 처지가 됐다.
CNN은 지난 2일 뉴욕증시에서 엑손모빌의 시총이 장중 한때 미국 신재생 에너지 업체 넥스테라 에너지(NextEra Energy)에 추월됐다고 세계적인 투자은행(IB) UBS의 자료를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엑손모빌이 에너지 부문 주식 시총 1위 자리를 잠시나마 넘겨준 셈이다.
다만 엑손모빌의 5일 시총은 1천422억달러로 넥스테라 에너지(1천410억달러)를 다시 앞섰다.
그러나 이번 시총 역전은 화석연료와 청정에너지의 엇갈리는 미래 전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UBS는 "전통 에너지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앞으로 수십년간 이어질 흐름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넥스테라는 태양열이나 풍력 등을 이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미국내 최대 신재생 에너지 업체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192억달러로 엑손(2천650억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그럼에도 이 두 회사의 시총이 경쟁 상태로 접어든 것은 우선 엑손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엑손모빌은 2013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상장사의 영광을 누렸던 회사로, 현재도 석유산업을 대표하는 업체다. 하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유가 하락 영향으로 주가가 49%나 하락했다.
이에 따라 엑손모빌의 현 시총은 종전 최대였던 2014년 중반의 4천460억달러와 비교해 3천40억달러나 줄었다. 엑손모빌은 지난 8월에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의 구성 종목에서도 빠졌다.
반면 넥스테라 에너지는 올해 주가가 20%가량 올랐다.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 의지를 밝혀온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올해 대선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넥스테라를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은 한층 더 높은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엑손모빌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사회적 책임투자(ESG)의 확산으로 한층 더 주식 시장에서 입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엑손모빌의 내부 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그리스에 맞먹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엑손모빌은 BP나 로열 더치 셸과는 달리 기후 변화를 늦추려는 국제적인 노력에 반하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유가 하락으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엑손모빌은 내년까지 유럽에서 최대 1천6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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