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부-탈레반, 협상결렬 막기 위한 규칙에 동의"
미국 중재 나서…3주 신경전 끝내고 공식 협상 전망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달 12일 개회식 후 지지부진하던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반군 무장조직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이 활로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대표단이 협상 결렬을 막기 위한 수칙에 합의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통신은 양측 협상단이 본회담에서 준수해야 할 19개의 규칙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한 외교관은 "이번 수칙 확정은 매우 중요하다"며 아프간 본토에서 양측간 폭력 행위가 감소하지 않고 있는데도 회담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은 세계의 주목 속에 개회식을 열었지만 본협상 관련 규칙, 의제, 일정 등에 합의하지 못한 채 실무 협상팀끼리 신경전만 펼쳤다.
이에 따라 공식 본협상은 열리지도 못한 채 4주 가까이 시간이 흘러갔다.
우선 양측은 새 국가 체제의 기반으로 활용할 율법에 대해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수니파의 하나피 학파 율법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고집했고, 정부 측은 시아파 등 아프간 내 소수파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맞서왔다.
또 탈레반은 지난 2월 미국-탈레반 간 평화합의를 이번 협상의 토대로 삼자고 주장했지만, 아프간 정부 측은 이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은 상태였다.
당국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양측은 본협상에서 이같은 이슈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간 양측의 신경전이 계속되자 최근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관련 미국 특사가 협상 장소인 카타르 도하에서 양측 협상 대표단과 면담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
할릴자드 특사는 미국-탈레반 간 평화합의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도 전날 도하에 도착, 할릴자드 특사와 면담했고 정부 측 대표단과 협상 전략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측이 공식 본협상을 시작하더라도 난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랫동안 총을 겨누며 싸웠던 사이라 감정의 앙금이 많이 남은 상태인 데다 여전히 민감한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협상이 결실을 보려면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국토의 90∼95%가량을 장악했던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 등을 비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탈레반은 이후 반격에 나섰고 현재 국토의 절반 이상에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내전 발발 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공식 회담 테이블은 거의 마련되지 못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직접 협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미국-탈레반 간 평화 합의 타결을 계기로 이번 아프간 정파 간 협상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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