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D램 수요 감소, 가격 하락에도 실적 선방
모바일·PC 등 판매 늘고 화웨이 '긴급 주문' 몰려
4분기는 화웨이 공급중단 타격, 가격 하락 등 악재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은 스마트폰(모바일)과 TV·가전 등 세트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올린 영향이 크지만 반도체 부문이 예상보다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당초 하반기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상반기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모바일 반도체 판매 호조와 '화웨이 특수' 등을 누리며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나쁘지 않았던 3분기 반도체, 화웨이 덕도 봤다
3분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반도체 시장에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상반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언택트(비대면) 수요 증가로 선방했지만 3분기에는 글로벌 서버업체들이 상반기에 축적해둔 재고 소진에 나서면서 신규 반도체 구매를 줄이고, 이로 인해 가격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와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3분기 들어 PC용 D램 가격은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판매 비중이 큰 서버용 D램 가격은 7∼9월까지 석달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이달부터 공개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은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한 세계 3위 D램 생산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올해 6∼8월 회계 분기의 매출이 60억600만달러로, 작년 동기(48억7천만달러)는 물론 직전분기(3∼5월, 54억4천만달러)보다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부터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강화된 가운데, 화웨이가 반도체 선구매에 나섰고 PC·게임 콘솔용 반도체 판매 증가 등으로 2분기보다 실적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이는 D램 분야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의 3분기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만 12조3천억원을 벌어들인 가운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2분기(5조4천300억원)와 비슷하거나 약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3분기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과 메모리 판매가 호조를 띠었고, 9월 15일 전까지 미국 제재를 앞둔 화웨이로부터 긴급 주문(rush-order)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1조2천억∼1조3천억원 규모로 2조원에 육박했던 2분기보다는 감소하지만, 작년 3분기에 비해선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도체 수출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도 국내 반도체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중 하나로 꼽힌다.
하나금융투자는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은 미국, 유럽, 인도 등의 모바일 시장에서 코로나 영향으로 인한 판매량 부진이 예상보다 적었고,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확대로 노트북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때문"이라며 "화웨이의 긴급 주문 증가도 수출 호조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비메모리 분야의 빠른 성장세도 실적 방어에 보탬이 되고 있다.
종전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중심에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이미지센서 등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분야로 포트폴리오가 확대되면서 리스크(위험) 분산 효과가 생긴 것이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은 최근 퀄컴의 차세대 프리미엄 애플리케이션 '스냅드래곤 875'와 IBM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파워(power) 10',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 30' 시리즈 등을 잇달아 수주하며 삼성전자 반도체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 4분기는 실적 감소 전망 속 "크게 나쁘지 않을 것" 예상도
4분기 반도체 시장은 종전보다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단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되면서 반도체 공급 중단에 따른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미국에 화웨이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는 허가(라이선스)를 요청해놓은 상태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
화웨이가 올해 3분기까지 미리 사들인 반도체 재고 물량도 최소 6개월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올해 말, 길면 내년 1분기까지는 화웨이 대체 수요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화웨이를 대체할 다른 스마트폰 판매업체를 찾는 데까지 2분기(12∼2월) 회계일인 내년 2월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가격도 하락 전망이 우세다. 트렌드포스는 4분기 서버 D램 가격이 13∼1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맥쿼리는 4분기 메모리 가격이 8%가량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최근들어 아마존을 비롯해 서버업체들의 반도체 매수가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가격이 크게 급락하진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화웨이 제재로 중국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과 삼성전자·애플 간 점유율 확대 경쟁으로 올해 말부터 모바일 D램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KB증권은 "4분기에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가 6개월 만에 서버 D램 주문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화웨이 제재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점유율 확대 경쟁에 나서면서 4분기에 모바일 D램 수요가 기존 예상을 20%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화웨이의 러시오더가 재고 소진을 앞당긴 데다 서버 업체들의 재고가 줄면서 4분기부터 서버 반도체 주문도 반등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부터는 D램 가격도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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