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범죄기록국 통계…최근 잔혹 범죄 잇따라 민심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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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에서 최하층민 여성이 집단 강간과 폭행으로 잇따라 숨지면서 민심이 격앙된 가운데 현지에서 하루 88건꼴로 성폭행 사건이 보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총 3만2천33건의 성폭행 사건이 신고됐다고 8일 보도했다.
신문은 "하루 88건꼴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셈"이라며 같은 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수는 약 40만건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보수적인 문화를 고려할 때 신고되지 않는 범죄가 훨씬 잦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여성 대상 범죄는 최근 여러 건의 성범죄 사건이 일어난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5만9천853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하트라스 지구에서는 19세의 최하층민(달리트) 소녀가 상층 카스트 남성 4명에게 집단 강간·폭행을 당한 뒤 치료를 받다가 같은 달 29일 숨졌다.
피해 소녀는 혀가 잘리고, 척추를 다쳐 신체가 마비되는 등 '고문' 수준의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타르프라데시에서는 지난달 29일에도 또 다른 달리트 여성이 남성 두 명에게 강간과 폭행을 당한 끝에 숨진 일이 있었다.
이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인도 전역에서는 성폭행 근절과 범인 엄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총리는 "범인들을 최대한 빨리 교수형에 처할 것을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요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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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 사건' 발생 후 성폭력 근절 목소리가 커지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관련 범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이에 대해 유죄판결 비율이 낮은 것이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과 2019년의 경우 강간 사건 관련 유죄판결 비율은 각각 27.2%와 27.8%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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