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대학 "봉쇄 때 사망규모 더 크다" 모델분석
의료계 '위험한 소리' 반대…정치성향 따라 찬반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해 사회적 피로가 가중되면서 집단면역을 타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집단면역 전략은 취약층 희생을 방치하는 것이라는 보건계의 경고에도 영국에서는 종국에는 봉쇄령보다 사람이 덜 죽는다는 다소 선동적인 연구결과까지 등장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에든버러대학 연구진은 팬데믹 기간 전체를 따질 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때문에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논문을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면역이 사회에 천천히 구축될 때와 비교할 때 사망자 규모가 어린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을 때 8만∼9만5천명, 사회 전체에 봉쇄령을 내릴 때 14만9천∼17만8천명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단기적으로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망자가 더 적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텔레그래프는 "젊은이들이 뒤섞여 어울리지 못하도록 하는 게 실제로 더 많은 사망으로 이어지는, 직관과 상반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라고 보도했다.
에든버러대의 이번 연구는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 규모를 추산한 올해 초 임피리얼대학의 모델분석을 재해석한 것이다.
당시 임피리얼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으면 50만명이 사망하고 영국의 공공의료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마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 정부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는 봉쇄조치를 올해 3월 시행한 바 있다.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영국 정부가 사망자를 줄이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공공의료체계를 보호하는 데 우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의 조치에는 백신이 나와 장기전의 판도가 바뀔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임피리얼대는 당시 백신이 없다면 사망자의 규모를 20만명 미만으로 낮출 전략은 없으며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은 더 치명적인 재유행을 단순히 연기하는 것일 뿐이라는 경고를 함께 내놓은 바 있다.
텔레그래프의 주장과 달리 세계 의료계에서는 집단면역은 현재 상황에서 선택할 수 없는 전략이라는 의견이 많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집단면역을 목표로 삼는 것은 어떤 면에서 질병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수용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집단면역은 주민 대다수가 바이러스에 노출돼 면역력을 지니면서 중간중간에 면역력이 없는 소수도 함께 보호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주민 60% 정도가 항체를 보유해야 하는데 세계 각국의 항체 보유율은 이에 한참 모자라 거론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스웨덴은 국가가 집단면역 전략을 지향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느슨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펼쳤으나 그 과정에서 사망자가 5천892명(인구 10만명에 58명꼴·월드오미터 추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사망자 중에는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령층이 많아 스웨덴이 노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방역정책을 추진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보건보다 경제에 우위를 두는 입장을 취하면서 집단면역 전략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야권이나 다수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정치 성향에 따라 집단면역과 봉쇄령을 평가하는 견해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보건과 경제의 딜레마에서 우파들은 경제와 자유가 보장되는 스웨덴에 찬사를 보내지만 좌파들은 일단 목숨을 살리기 위해 강력한 봉쇄조치를 적용하는 뉴질랜드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