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당 7.9리라 선 거래 역대 최저치 경신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 리라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터키 리라화는 1달러당 7.9리라 선에서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18년 '터키 경제 위기' 당시 최저 환율인 달러당 7.2690리라보다도 1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지난 5월 경제 위기 당시 최저 환율을 경신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다.
리라 가치 하락이 이어지자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달 24일 8.25%였던 기준금리를 10.25%로 인상했다. 터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8년 9월 이후 2년 만이었다.
일반적으로 기준 금리를 올리면 외화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가 높아지고 기준 금리를 낮추면 자국 통화의 가치는 낮아지지만, 금리 인상 이후로도 리라 가치는 계속 하락하는 중이다.
로이터 통신은 리라 가치 하락 요인으로 미국·유럽연합(EU)과의 갈등과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교전 개입 우려 등을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6일 터키가 S-400 지대공 미사일의 시험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이후 미국이 터키에 대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S-400은 터키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한 러시아제 방공 시스템으로,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S-400을 운영할 경우 민감한 군사정보가 러시아에 유출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터키는 최근 키프로스섬 인근 동지중해 연안의 천연가스 개발 문제를 두고 그리스·키프로스·프랑스·이탈리아 등 EU 회원국과도 갈등을 빚었다.
터키는 그리스·키프로스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자국 시추선을 투입해 천연가스 탐사에 나섰으며, 그리스·키프로스·프랑스·이탈리아는 동지중해에서 합동 해·공군 훈련을 하며 터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터키도 해상 실사격 훈련으로 대응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고조됐다.
여기에 남캅카스의 '숙적'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양측의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지난 달 27일부터 교전에 들어가면서 터키 경제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우려가 증폭됐다.
터키는 같은 튀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군사·경제적으로 지원해왔으며, 이번 교전에서도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천명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와 러시아·프랑스는 이미 터키가 친(親)터키 시리아 반군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선에 투입해 아제르바이잔을 지원 중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개입 의혹을 받는 터키가 본격적으로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할 경우 양측의 휴전을 촉구하는 미국·EU·러시아와의 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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