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활동 지장 우려로 검사 기피…사회적 거리두기도 무시
의료인프라 열악해 치료도 어려워…신규 확진자 수는 7만명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세계 최다를 기록 중인 인도에서 시골 지역이 '방역의 구멍'으로 떠올랐다.
시신이 방치될 정도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환자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생계 활동 지장을 우려한 주민들은 검사조차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방역 의식 수준이 낮은 시골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마저 깡그리 무시되고 있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감염자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남부 타밀나두주부터 동부 웨스트벵골주·트리푸라주, 북부 비하르주·우타르프라데시주 등을 두루 취재한 후 8일(현지 시간) 이런 인도 시골 상황을 보도했다.
신문은 동북부 마슬리에 사는 상점 주인 아미트 데브의 사연을 소개했다.
데브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로 가족도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완강하게 거부했다.
가족까지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 조치를 받게 되면 일할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데브는 "우리는 격리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검사나 치료보다는 내일 먹을 양식을 구하는 게 더 급선무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의료진은 데브의 집에 이어 다른 집에서도 계속 검사 거부를 당했다"며 "시골 주민은 아픈 상황을 숨기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공식 통계는 실제 감염 상황의 극히 일부밖에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당수 시골 주민은 인도 정부가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많은 시골 마을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는 이가 없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와중에 시골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도 문제로 지적됐다.
병원 수가 적고 시설도 부실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인도는 의료 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악명 높은 나라인데 그나마 병상의 3분의 2가 도시에 집중된 상태다.
신문은 한 퇴직 공무원이 제공한 사진을 인용해 트리푸라주의 한 병원에서는 방치된 시신 위로 벌레가 기어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보건·개발 관련 비영리단체인 인구위원회의 라지브 아차리아 연구원은 "시골 지역을 위한 어떤 새로운 전략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9일 오전 인도 보건·가족복지부 집계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690만6천151명으로 전날보다 7만496명 증가했다.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8월 초부터 세계 최다 기록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달 중순 10만명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은 뒤 최근 확산세가 다소 주춤해진 분위기다.
하지만 벵갈루루, 케랄라주 등 새로운 '핫스폿'(집중 발병 지역)이 이어지고 있고, 대도시 외 지방 중소도시와 시골 지역 확산도 계속되고 있다.
누적 사망자 수는 10만6천490명으로 전날보다 964명 증가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