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 강조하며 독일 정부·지자체 공략
산케이 신문 "한국의 반일수법 독일에 통하지 않아" 주장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이 독일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집요하게 로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피해자를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은 소녀상에 대해 '외교 분쟁'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해 현지 행정 당국이 부담을 느끼도록 사실상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된다는 점을 확인한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 취지를 정중하게 설명한 것이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區)가 최근 설치된 소녀상의 설치 허가를 취소하는 데 효력이 있었다고 1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주재 일본대사관은 독일 정부뿐만 아니라 미테구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합의나 일본의 입장을 반복해 설명했다.
미테구청장은 소녀상 철거를 명령하면서 "일본 국내나 베를린에 초조함을 유발했다"며 "구가 국가 간 역사 논쟁에서 한쪽을 돕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완전히 해결됐고 이를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미테구 측은 일본 정부의 집요한 설득에 소녀상을 한일 외교 분쟁 사안이라고 여기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의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 의혹이 불거졌으며 일본 측은 일련의 경위에 대해서도 독일 측에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이달 2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화상 전화 회담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는데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이를 견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대화 내용을 공표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당시 전화 회담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사실은 일본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고 모테기 외무상은 나중에 이를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미테구가 소녀상 철거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산케이신문은 '한국 반일(反日)수법 독일에 통하지 않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시(戰時)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비난하고 여성의 인권을 호소한다는 명목으로 위안부상 설치를 계속해 온 한국 측의 수법이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게 된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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