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지난 4년간 외국계 기관이 국내에서 불법 공매도를 하다가 적발된 규모가 1천71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에게 부과된 과태료는 5.2% 수준인 89억원에 불과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이뤄진 제재는 총 32건이다. 그중 31건이 외국계 금융사·연기금 대상이었다.
31건 중 3건은 주의 조처가 내려졌고 24건은 1억원 이하(750만∼7천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1억원 이상(1억2천만∼75억480만원) 과태료 부과는 4건에 불과했다.
총 무차입 공매도 규모는 1천713억원이었지만 과태료 총합은 89억원에 그쳤다.
위법 동기(고의성 여부)와 무차입 공매도 횟수 등을 고려해 과태료를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시장 질서를 교란한 것에 비해 제재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원 등의 착오·실수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엄중하게 조치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외국계 기관 3곳은 2017년부터 지난달 사이에만 각각 2차례씩 무차입 공매도로 제재를 받았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미리 내다 파는 투자 기법이다.
주식을 먼저 빌린 뒤에 공매도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무차입 공매도는 현행법상 엄격하게 금지된다.
결제 불이행으로 이어지거나 투기에 활용될 위험이 크고 과도한 주가 하락을 일으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부터 지난달까지 불법 공매도 제재가 105건에 이를 정도로 위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를 고려해 현재 국회에서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김병욱 의원은 불법 공매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최대 3배까지(이익 산정이 곤란한 경우 10억원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주식 대차 계약을 맺을 때는 착오 입력을 방지할 수 있는 전자정보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위법한 공매도는 가벼운 법 위반이 아닌 무거운 범죄행위라는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한 발전을 유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급격한 주가 변동에 대응해 내달 3월 15일까지 공매도를 일괄 금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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