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유업재단, 참전용사 서명받아 유엔에 청원 추진
미 참전용사가 먼저 제안…"평화협정이 정전협정 대체해야"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70년 전 낯선 한국 땅에서 피 흘린 미국 참전용사들의 뜻을 모아 '끝나지 않은 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노력이 재개된다.
북미 비핵화 대화가 교착 상태인 가운데 결자해지의 명분을 내세운 노병들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미 비영리단체 '한국전쟁 유업재단' 이사장인 한종우 시러큐스대 교수는 11일(현지시간) 미국을 비롯한 국외 참전용사들의 서명을 받아 유엔에 종전선언을 청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분단 75년, 전쟁 발발 70년의 분단 고착 상황을 깨야 할 중요한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종전선언 노력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엔을 통해 전쟁을 끝내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은 미국의 참전용사가 먼저 내놓은 것이다.
유업재단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 참전결정'(Korean Decision)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고(故) 글렌 페이지 하와이대 교수는 2015년 2월 자신이 이끌던 비정부기구(NGO) '글로벌 비살상 센터' 명의로 유엔 인권이사회와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에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국제정치회의 소집 제안서를 보냈다.
참전용사 출신인 페이지 교수는 제안서에서 반 총장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한국인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유엔과 전쟁 당사국들이 고위급 정치회의를 열어 합의가 이뤄지면 최종적인 평화협정을 비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답변을 받지 못한 페이지 교수는 한 이사장에게 "전쟁 당사자인 참전용사들의 서명을 많이 받아서 유엔에 다시 내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한 이사장은 제안서를 보완해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유엔 청원서' 초안을 만들고 페이지 교수는 물론 미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 전 회장인 래리 키너드와 토머스 스티븐스 등의 서명을 얻어냈다.
직접 싸웠던 노병들의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호소를 결집해 열쇠를 쥔 강대국들을 움직일 대의명분으로 삼겠다는 의도였다. 70년 전 파병 결정과 정전협정 서명의 주체인 유엔이 형식상 종전 논의에 가장 적합한 기구라는 판단도 깔렸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우리 참전용사들은 유엔에 한국전쟁을 끝내기 위한 '유엔 평화협정 회의' 소집을 촉구한다"며 안보리 내에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상임위원회를 설치하고 국제 학계에 관련 연구를 의뢰할 것 등을 요청할 예정이다.
2017년 북한 핵실험에 따른 여론 악화로 중단됐던 참전용사 서명 작업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과 코리아소사이어티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거듭 천명한 데 힘입어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한 이사장은 "정부의 종전선언 추구에 발맞춰 재단에서 유엔 청원 추진을 재개하려는 것"이라며 "유엔 정치 협의기구를 설치해 국제 여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 참전용사들도 종전선언 노력에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
스티븐스 전 KWVA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식 종전을 포함한 평화협정이 정전협정을 대체한다는 구상을 지지한다"고 했고, 키너드 전 회장도 "두 나라의 통일을 위한 이런 노력을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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