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함정취재…스페인 친북단체 침투·무기상 위장해 허위계약도
덴마크 감독 "함정취재 결실"…전문가 "김정은에 심한 창피"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북한 관리들을 속여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들춰냈다는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북한 관리들의 행태가 우스꽝스럽고 어설퍼 조작 논란이 있지만, 북한의 실제 행태와 유사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덴마크의 영화감독 매즈 브루거는 3년에 걸친 함정취재의 결실을 담았다며 북한의 국제법 위반 방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내부첩자'(the Mole)를 제작했다.
영화에는 북한 독재에 매료된 실직 요리사, 북한 옹호론자인 스페인 귀족, 마약 거래 전과가 있는 전직 프랑스 외인 부대원이 출연한다.
요리사 울리히 라르센은 브루거를 도와 스페인에 있는 친북 단체인 '조선친선협회'에 침투한다.
라르센은 조직 내 위치를 높여가다가 결국 북한 관리들의 환심을 사는 경지에 이르렀다.
협회의 일원으로서 라르센은 스페인 귀족이자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문지기'로 불리는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 조선친선협회 회장과도 접촉했다.
코카인 거래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 전직 외인 부대원 짐 라트라셰-포트러프는 국제 무기 거래상 '미스터 제임스'로 위장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무기 밀거래 장면이다.
포트러프는 북한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 무기공장의 대표들과 평양 교외의 호화식당 지하에서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는 진위 논란이 있다.
포트러프가 북한 관리들의 추궁에 기업명을 즉석에서 지어냈다는 게 어색한 데다가, 북한 관리가 그런 모임을 허락해 촬영하고 계약서까지 교환하도록 내버려 뒀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계약서에는 '나래무역회사'의 회장 김영철이라는 사람의 서명이 담겼다.
올해 8월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는 조선나래무역회사가 제재 위반에 관여한 업체로 실제 등장한다.
다큐멘터리의 진위를 두고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대북제재위의 조정관으로 활동한 휴 그리피스는 신빙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리피스는 "유엔 제재가 작동한다는 것을 다큐멘터리가 입증한다"며 "북한이 무기를 팔려고 필사적이라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포트러프는 우간다 캄팔라에서 2017년 촬영된 다른 장면에서 북한 무기를 시리아로 운반해줄 수 있겠느냐는 문의를 북한 무기상으로부터 받기도 한다.
당시 북한은 우간다에서 리조트를 사들여 무기와 마약을 제조하는 지하 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을 몰래 세우고 있는 것으로 묘사됐다.
BBC방송은 이 부분 또한 허구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북한이 예전에 유사한 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동상 제작을 목적으로 들어간 나미비아에서 버려진 구리광산에 탄약공장을 지은 바 있다.
그리피스는 "북한의 나미비아 프로젝트는 효과적으로 차단됐다"며 "2018년까지 우간다는 북한 무기상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극소수의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다큐멘터리에는 대북제재 회피를 위한 북한 외교관들의 공작도 노출됐다.
라르센은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미스터 리'로 불리는 외교관에게서 우간다 프로젝트가 담긴 봉투를 받는다.
미스터 리는 "무슨 일이 생기면 대사관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알겠느냐"라고 말한다.
그리피스는 이런 상황도 북한의 관행에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엔 전문가패널 조사를 보면 실행됐거나 시도된 제재 위반에 북한 외교시설 경내나 북한 여권 소지자들이 연루됐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에서 꾸민 거래는 하나도 성사되지 않았다.
브루거 감독은 무려 10년 동안 공을 들였다며 영국 BBC방송, 북유럽 방송사들과 공동제작 형태로 영화를 내놓았다.
카오 데 베노스 조선친선협회 회장은 이번 영화가 편파적이며 연출되고 조작됐다고 비판했다.
그리피스는 "이번 영화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태껏 봐온 것 중에 가장 심하게 창피한 일이 될 것"이라며 "아마추어 같다고 해서 의도가 없는 것은 아니고 영화 내용은 우리가 이미 아는 것과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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