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북핵해결 투톱이었는데…주미대사-야당의원으로 '설전'

입력 2020-10-12 14:14   수정 2020-10-12 19:19

한 때 북핵해결 투톱이었는데…주미대사-야당의원으로 '설전'
주미대사관 국감서 외교부 후배 조태용 의원 따지자 선배 이수혁 대사 '버럭'
野의원들 "태도불량" 질타…사과 요구에 위원장도 지적하자 결국 "죄송"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백나리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는 이수혁 대사와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간의 미묘한 긴장이 연출돼 눈길을 끌었다.
이 대사(외무고시 9회)와 조 의원(외시 14회)은 외교부 선후배 사이로, 자타가 공인하는 북핵 문제 전문가다. 특히 두 사람은 2004년 2차 6자회담부터 한국 대표단의 수석대표와 차석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이기도 하다.
이 대사는 외교부 차관보와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뒤 정치권에 투신, 2017년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를 승계한 뒤 작년 주미대사로 발탁됐다.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을 지낸 조 의원은 북미국장과 제1차관을 거쳐 역시 비례대표로 올해 21대 국회에 몸을 담았다.
이날 국감에서 조 의원은 "미국이 비핵화 진전이 담보되지 않는 종전선언을 지지하느냐. 단답형으로 말해달라"는 질문에 이 대사가 비핵화 진전의 의미를 설명하려 하자 "비핵화 진전이 뭔지 따지면 한도 끝도 없다. 비핵화 진전이 따라오지 않는 종전선언을 미국 정부가 지지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대사가 "가상의 질문"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조 의원은 "(제가) 외교부 후배인데 죄송하다"면서도 같은 질문을 재차 던졌다.
이 대사가 "왜 가상적인 질문을 하느냐"고 맞받자 사회를 보던 민주당 소속 송영길 위원장이 "논쟁 식으로 하지 말고 그럴 때는 가상적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하시면 된다"고 충고했다.



조 의원은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연계시켜온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연설 등에선 종전선언을 꺼내면서 비핵화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와서 물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사는 "여전히 가상적 질문"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조 의원은 미 하원에 제출된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거론하며 "읽어봤느냐"고 하자 이 대사는 "안 읽어봤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송 위원장이 다시 개입해 "외교부 선후배가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질의하는 것"이라고 주의를 줬다.
그러나 이 대사는 "읽어봤느냐고 물어보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조 의원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최근 방미에서 동맹대화 신설에 합의했다고 한 것과 관련해 "합의한 게 맞느냐"고 묻자 이 대사는 "최 차관이 미 측에 제안했고 미국은 긍정 검토하는 데 동의하겠다, 국방부와도 협의해야 해서 협의하며 진행하자고 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합의라는 것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태도가) 불량하다"고 이 대사를 질책하는 등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앞서 정 의원은 미국이 '쿼드 플러스'에 한국 참여를 원하고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 대사가 "너무 과잉 해석을 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초청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한 취소가 쿼드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왜 목소리를 높이느냐"고 질책했다. 이 대사는 "경우에 맞지 않는 얘기를 하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정 의원은 사과를 요구했고, 송 위원장도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의 질의이니 피감기관 장으로서 자세를 취해달라. 논박하는 것은 적절한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사는 결국 "죄송하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honeybee@yna.co.kr,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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