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의 날' 동상 철거 시위 예고돼…당국 "복원작업 위한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도심에 있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동상이 자취를 감췄다.
1492년 이탈리아 탐험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날을 기리는 기념일인 10월 12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레포르마 대로의 콜럼버스 상엔 빈 받침대만 남아있다.
멕시코시티 시 정부와 문화재당국이 지난 10일 받침만 남기고 동상을 철거해간 것이다.
당국은 동상의 보수와 복원 작업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12일 예고된 철거 시위를 앞두고 미리 '대피'시킨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은 미국에선 '콜럼버스의 날'(10월 둘째 월요일), 멕시코에선 '인종의 날'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콜럼버스의 미국 도착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등지에선 '콜럼버스의 날'이 '콜럼버스 수난의 날'이나 마찬가지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전에 이미 원주민들이 미주 대륙에 거주하고 있었고, 콜럼버스가 원주민 학살을 촉발한 침략자라는 비판적인 인식이 퍼지면서 해마다 이 무렵엔 콜럼버스 동상 철거 시위 등이 속출했다.
올해 멕시코시티에서도 12일을 앞두고 동상 철거 시위가 예고됐다.
당국이 복원을 이유로 시위대에 앞서 선수를 쳤지만, 시위와 복원이 끝난 후에도 동상이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은 "동상이 복원되는 동안 콜럼버스상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 다 같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내년 스페인 에르난 코르테스의 아스테카 정복 500주년을 앞두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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