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학살' 생존 후손들, 아제르바이잔·터키 규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옛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자 남(南)캅카스 지역 국가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아르메니아계 미국인들이 모국을 지지하는 대규모 연대 시위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아르메니아계 미국인들은 11일 LA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아제르바이잔 정부와 아제르바이잔을 지지하는 터키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베벌리힐스대로 팬퍼시픽 공원에서 윌셔대로 인근 LA 주재 터키 총영사관까지 행진했고, LA 경찰은 트위터를 통해 집회 참가 인원이 10만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지난달 27일부터 양국의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2주간 교전을 벌였고, 러시아 중재로 지난 10일 휴전에 합의한 뒤에도 산발적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거주하고 아르메니아 정부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분쟁 지역이다.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독립공화국을 세운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1992∼1994년 전쟁을 치렀고, 올해 들어 또다시 무력충돌이 벌어졌다.
이에 주로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 거주하는 아르메니아계 미국인들은 최근 2주 동안 LA 주재 아제르바이잔 총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이어 터키가 지난 6일 같은 튀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 지지 입장을 밝히자 과거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사건에서 생존해 미국으로 이주한 아르메니아계와 그 후손들은 LA의 터키 총영사관 앞에 총집결했다.
또한 미국 동부의 뉴욕과 보스턴에서도 지난 주말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수백명이 아제르바이잔과 터키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르메니아인 학살은 1915년부터 1923년까지 오스만 제국의 이슬람 민족주의자들이 기독교계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학살한 사건을 말한다.
LA 시위에 참석한 아르메니아계 어루타이윤 캐즈하이킨은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인을 집단학살하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더는 전쟁은 안 된다"고 말했다.
LAT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학살사건 생존자들이 LA에 정착한 이래 많은 아르메니아인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영토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고, 아르메니아인 커뮤니티가 형성된 이스트 할리우드는 2010년 '리틀 아르메니아'로 지정됐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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