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비난하며 김정은·시진핑·푸틴 언급…이전 발언과 같은 맥락
열병식 거론은 대선에 불리 판단?…'북 도발자제' 현상유지 의도 반영된듯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자신이야말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지도자를 상대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언급했다.
북한이 지난 10일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위협할 신형 무기를 선보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김 위원장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자신의 외교 역량을 자랑할 때 언급해 온 북한 레퍼토리의 반복 수준이었을 뿐, 열병식 자체에 대한 평가는 일절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플로리다주 샌퍼드에서 열린 유세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거론했다.
그는 "내가 확실히 아는 한 가지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을 보라. 우리가 김정은과 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전쟁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라고 반문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북한과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우려했지만 전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김 위원장과 신뢰를 쌓았고 이를 통해 미국을 향한 북한의 위협을 낮췄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에 대해 "그들은 100% 샤프(sharp)하다"라고도 말했다.
뒤이어 바이든 후보는 이들과 비교해 60%에도 못 미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과거보다 진일보하며 미국 본토를 향한 위협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 소속 기자는 전날 트위터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열병식에 "진짜로 화가 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열병식을 거론한다면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해 강한 경고나 비판을 내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일단 자신의 외교 성과와 역량을 자랑하기 위해 북한을 언급하던 기존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이런 태도에는 북한의 전략무기 진전을 문제 삼을 경우 자신의 대북정책 성과를 둘러싼 비판론을 촉발하는 등 오히려 대선정국에서 불리한 소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또 오는 11월 3일 대선일까지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은 듯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0일 북한의 열병식과 관련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실망이라고 경고 목소리를 내면서도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자신의 외교 성과를 나열하는 부분에서 이슬람국가(IS) 격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등을 예시했지만 그동안 단골메뉴였던 북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예측하기 쉽지 않고 즉흥적 발언을 자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향후 북한에 대한 언급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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