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단위 조사서 트럼프에 두 자릿수 우위 속출…경합주도 우세
대선 승리 예측기관도 바이든 압도적…"전례없는 우위" 평가도
조사 정확성 우려 여전…'샤이 트럼프'·투표율 등 변수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의 수치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운 듯한 양상을 보인다.
바이든 후보가 여론조사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격차를 점점 벌리며 대선 고지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모양새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2016년 대선 때 대부분 여론조사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귀결된 전례에다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변수가 있어 정확성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바이든 전국 단위서 두 자릿수 우세 속출…격차 커져
13일(현지시간) 정치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2일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 지지율은 51.6%로 트럼프 대통령(41.6%)을 두 자릿수인 10%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격차는 지난달 17일 5.8%P까지 좁혀졌다가 최근 확대되는 추세다.
선거전문매체 '538' 분석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 12일 기준 각종 여론조사 취합 결과 바이든 후보(52.3%)가 트럼프 대통령(41.9%)을 10.4%P 앞섰다. 지난달 19일 6.6%P까지 좁혀진 격차가 점점 커진 결과다.
RCP 조사에서는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6개 경합주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 남부 3개 주인 플로리다(3.7%P), 노스캐롤라이나(1.9%P), 애리조나(2.7%P)에서 근소하게 앞서고, 북부 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벨트' 3개 주인 펜실베이니아(7.0%P), 미시간(7.0%P), 위스콘신(6.3%P)에서는 우세 폭이 더 크다.
◇바이든 승리 확률 압도적…선거인단 '매직넘버' 넘었단 분석도
이렇다 보니 각종 분석기관이 내놓는 바이든 후보의 승리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538'은 이날 기준 바이든 후보 승리 가능성을 86%로 봤다. 또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64.3%인 346명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확률은 13%로, 이 기관이 웹사이트에 공개한 지난 7월 이후 분석에서 최저치로 떨어졌다. 트럼프의 예상 선거인단 확보 수는 192명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컬럼비아대 응용통계학센터와 협업해 마련한 자체모델 예측치를 보면 이날 기준 후보별 승리 가능성은 바이든 후보가 91%, 트럼프 대통령이 9%다.
정치분석매체 '270투윈'(270towin) 분석에서 바이든 후보 우세 지역의 선거인단 확보 수는 290명으로 '매직넘버' 270명을 넘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163명이었다. 경합 지역 선거인단은 85명으로 분류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자체 선거 예측에서 바이든 후보의 선거인단 확보 수가 처음으로 270명을 넘었다고 지난 12일 보도하기도 했다.
◇부동층 표심도 바이든으로 쏠리나…CNN "전례 없는 우위"
대선전 막판 변수로 꼽히는 무당파 표심이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운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의 최근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는 무당층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12%P 앞섰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출구조사 때 무당층에서 4%P 우위를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서 바이든 후보는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은 신규 유권자에게서 54%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대통령(38%)을 크게 앞질렀다.
CNN방송은 대선에서 첫 과학적 여론조사가 실시된 1936년 이후 현직 대통령에 도전한 어떤 상대 후보보다 바이든 후보가 여론조사상 우위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직 대통령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 중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이기는 여론조사가 나온 경우는 5번이었는데, 이 중 5%P 이상 앞선 후보는 1992년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유일했다. 그러나 이 5명의 후보 누구도 여론조사에서 48% 이상 지지율을 얻지 못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두 자릿수 안팎으로 이기는 데다 지지율 자체가 절반인 50%를 넘어선 여론조사가 속출해 과거 볼 수 없는 양상이라는 것이 CNN의 분석이다.
◇여론조사 방식 개선했다지만…정확성 우려는 여전
그러나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2016년 대선 때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뒤집힌 전례가 있는 만큼 여론조사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류 언론의 여론조사가 가짜라고 주장하며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는 식의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여론조사기관들은 2016년 대선 때 표본 구성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고 휴대전화 응답자 비중을 높이는 등 조사 방식에 변화를 줘 과거보다 정확성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일부 기관은 2016년의 경우도 클린턴 후보가 근소한 우위를 보이던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경우가 많아 당시 여론조사 자체가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는 반론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변수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샤이(shy) 트럼프' 지지층의 존재가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지 않는 이들을 일컫는 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실제보다 낮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투표율 역시 변수다. 여론조사에 응답했지만 실제 투표는 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나온다면 괴리가 생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투표로 직결되는 열성 지지층을 많이 확보해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 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실제로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 등 남부 3개 경합주의 경우 바이든이 오차범위 내에서 이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통계학적으로는 동률이라는 표현이 맞다. 이들 주의 선거 결과는 현재 상태로서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선거전문매체 '538'은 올해는 더욱 엄격한 방법을 사용하며 평판이 좋은 기관의 조사가 증가했다는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한 뒤 "여론조사가 결국에는 괜찮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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