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중 갈등 사이에 낀 영국계 글로벌 은행인 HSBC가 중국의 달러화 국채 판매 은행 지위를 잃었다.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 중국의 달러화 국채를 판매하는 13개 은행에서 HSBC가 빠지고 시티그룹이 들어왔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이번주 4개의 국영 은행과 9개의 외국계 은행에 달러화 국채 판매 권한을 위임했다.
올해 중국의 달러화 국채 판매는 작년과 같은 60억 달러(약 6조 8천880억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HSBC는 중국이 13년 만에 달러화 국채를 발행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국채 판매 은행 지위를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유로화 국채 판매도 대행했다.
영국계 은행이지만 HSBC의 주 사업 무대는 홍콩으로, HSBC는 홍콩달러를 최대규모로 발행하는 은행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HSBC가 중국 국채 판매 은행 지위를 상실한 배경은 불분명하다면서도, 중국 매체들이 HSBC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조사에 협조하고 홍콩의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대해서는 신속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HSBC가 중국의 국가안보를 손상하는 기업을 처벌하는 목적의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올라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도 HSBC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8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HSBC가 중국 정부의 홍콩 단속을 돕고 있다고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HSBC가 반중국 홍콩 언론재벌 지미 라이가 소유한 넥스트미디어 경영진의 신용카드와 은행 계좌 접근을 차단했다는 보도를 인용하면서, 동시에 이 은행이 미국의 제재를 받은 이들에 대한 은행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HSBC 대변인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1일에는 HSBC가 불법 의심 자금의 유통에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주가가 25년 만에 최저로 하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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