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업체 타니시크, 광고 내려…일부 정치인, 힌두교도 태도 비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힌두 민족주의 바람이 거센 인도 사회에서 종교를 초월한 결혼을 그린 광고가 보수파의 항의로 인해 내려지는 일이 일어났다.
14일 영국 공영 BBC방송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유명 보석 업체인 타니시크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광고를 전격 중단했다.
광고는 힌두교도 신부가 무슬림 시어머니와 함께 베이비샤워(baby shower·출산을 앞둔 임신부에게 아기용 선물을 주는 파티)를 준비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광고가 전파를 타자 극우 힌두교도들은 '러브 지하드(Love Jihad)'를 부추긴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타니시크 보이콧'을 주장하는 등 강력하게 항의했다.
러브 지하드는 무슬림 남성이 다른 종교를 믿는 여성을 개종해 성전(聖戰)에 나서게 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극우 힌두교도들이 주로 사용한다.
인도에서는 최근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종교와 카스트가 다른 이들 간의 결혼이 늘어났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끼리끼리 결혼' 문화가 지배적인 상태다.
타니시크는 보수 힌두교도들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자 결국 자사 SNS 계정 등에서 관련 광고를 모두 삭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부 정치인과 사회 운동가들은 인도의 극우 힌두교도들 때문에 종교의 관용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의회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의 대표 정치인인 샤시 타루르는 자신의 트위터에 "힌두-무슬림 간 결합이 그토록 기분 나쁘다면, 양 종교 간 통합의 오래된 상징인 인도에 대해서는 왜 보이콧하지 않느냐"고 썼다.
인도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이 2014년 집권한 후 보수 힌두교도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도 시민권법 개정, 잠무-카슈미르 특별 지위 박탈 등을 통해 무슬림 등 소수 집단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민권법에는 무슬림 차별적 요소가 담겼고, 잠무-카슈미르는 무슬림 주민이 다수인 지역으로 모디 정부의 조치로 인해 주민들은 취업, 부동산 취득 등에서 누리던 혜택을 잃었다.
인도의 힌두교도는 13억8천만명 인구 가운데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비중은 각각 14%와 2%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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