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1부리그)의 유벤투스가 정치적 행동을 금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홍콩 공식팬클럽의 지위를 박탈했다.
그러자 유벤투스 홍콩 팬클럽은 '공식'이라는 뜻의 '오피셜'(official)을 비틀어, 유벤투스의 홍콩 '오피셔스'(officious) 팬클럽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맞섰다. '오피셔스'는 '거들먹거리는' '참견하는' 등의 뜻이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유벤투스 홍콩 공식팬클럽은 지난 1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벤투스 구단으로부터 수차례 경고를 받은 끝에 공식 팬클럽 지위를 박탈당한 사실을 알리며 팬클럽 이름을 바꾼다고 알렸다.
팬클럽은 "우리는 지난해 홍콩의 사회적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후 관련 게시물과 청원을 발표해왔는데, 홍콩의 다른 팬클럽들이 우리의 이러한 행동을 유벤투스에 알렸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우리는 유벤투스로부터 우리의 행동이 규정을 위반한 것이며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팬클럽은 "최근 유벤투스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에 대한 전시회와 이를 위한 모금 행사를 준비했는데 이 역시도 다른 이들이 유벤투스에 알렸다"면서 "유벤투스는 이것이 영리활동을 금지한 규정 위반이며, 우리에 대한 경고가 누적돼 공식 팬클럽 지위를 박탈한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6년 전 만들어진 해당 팬클럽은 회원이 약 1천명이다.
팬클럽은 홍콩 시민으로서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이슈를 무시할 수 없으며, 사람들이 있는 곳은 어디나 정치적 문제가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을 지지하는 선수들과 구단이 많은데 이것도 정치적인가?"라면서 "결국 원칙과 정의보다 돈이 항상 우선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벤투스의 결정이 중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으로 읽힌다.
앞서 다른 홍콩의 유럽 축구 팬클럽도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9월 홍콩 첼시 팬클럽은 현역 경찰인 회원에게 회원증 반납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치적 이유는 아니며, 다른 회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홍콩 아스널 팬클럽은 경찰을 신규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기존 경찰 회원은 탈퇴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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