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 분쟁시 '군 투입설' 말끔히 해소 안 돼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민과 군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고 군을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로 다음달 3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두고 미군 지도부의 정치 중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 보도했다.
이런 우려는 트럼프 선거 캠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함께 있는 사진을 선거전에 이용하면서 다시 한번 부각됐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6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에 동행했다가 군이 선거전에 개입하는 것이냐는 논란을 빚었다. 심지어 군복 차림으로 등장한 밀리 합참의장은 군의 정치 불개입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이 일자 바로 사과하기도 했다.
장교 출신의 존 골비 텍사스대 선임연구원은 이 신문에 "군이 대선 과정에서 어느 한 편을 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라며 "군이 침묵한다면 대선에 연루된 것으로 보일 것이고 (선거전에 이용하지 말라는) 목소리를 낸다면 트럼프를 반대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전에 군을 끌어들인 이런 행보와 더불어 대선 뒤 병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군 투입 시나리오에 대해 밀리 합참의장은 8월 하원에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군의 원칙을 깊이 신봉한다"라며 "내 생각엔 선거와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면 법에 따라 군이 아닌 법원과 의회가 이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대선 결과를 결정하는 데 군의 역할은 없다. 제로(0)다. 아무 역할이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WP는 그가 군이 대선 결과를 중재하는 데 역할을 하도록 요청받을 수도 있는 것처럼 말했다고 해석했다.
군 투입설과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뒤 결과에 대해 소요가 발생하면 군 통수권자의 지위를 발휘해 군을 투입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군 지도부가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3일 대선에서 진다고 해도 퇴임하는 내년 1월까지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군 행사를 유세처럼 취급하고 군 예산을 국경 장벽을 세우는 데 전용했다"라며 "에스퍼 장관, 밀리 합참의장이 정치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민군을 구분하지 않는 트럼프의 성향으로 이 목표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군 투입설에 대한 민주당 얼리사 슬롯킨, 미키 셰릴 의원의 질의에 에스퍼 장관은 13일 "미군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동했고 행동할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이들 의원은 "에스퍼 장관의 답변은 모호하고 만족스럽지 않다"라며 평화적 정권 이양에 대해 군이 더 확고하게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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