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다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현 총리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전 정조회장이 외무상 재임 중의 공적을 과시하는 저서를 펴냈다.
1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씨는 원자탄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 출신 정치인으로서 핵 폐기와 관련한 견해 등을 담은 단행본 '핵무기 없는 세계로, 용기 있는 평화국가의 뜻'(核兵器のない世界へ 勇?ある平和國家の志)을 지난 15일 출간했다.
이 책은 지난 8월 28일 집권 자민당 총재이던 아베 전 총리가 신병을 이유로 사의를 밝힌 뒤 총재 선거전에 뛰어든 와중인 지난달에 첫 저서인 '기시다 비전, 분단에서 협조로'를 선보이고 한 달 만에 나왔다.
인터넷 판매사이트인 아마존재팬에 올라 있는 서평은 히로시마 출신 정치인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등 일본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모습을 써 내려간 '혼신'(渾身)의 한 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새 책에서 2016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얽힌 뒷얘기를 소개하면서 미국 측 카운터파트였던 존 켈리 국무장관의 강력한 지원과 조언이 없었더라면 현직 미국 대통령의 첫 피폭지 방문은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자신의 업적을 강조했다.
또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할 방안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 같은 세계적인 리더들이 참여하는 '세계현인(賢人)회의' 창설을 제안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내각에서 4년 7개월에 걸쳐 외무상을 맡았던 기시다 씨가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 대비해 외교 영역에서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는 스가 총리와의 차별성을 부각해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새 책 출간 배경을 분석했다.
외무상 시절인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기도 했던 기시다 씨는 한때 아베 전 총리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일본 행정 수반인 총리직을 보장하는 지난달 14일의 집권 자민당 총재 경선에 관방장관이던 스가 총리가 전격적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대권 꿈을 접어야 했다.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아베 전 총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다.
이에 따라 앞으로 1년 안에 기시다 씨는 스가 총리와 대권을 놓고 또다시 격돌해야 할 운명이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