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배럿 지명자가 이사로 있던 학교, 노골적 반동성애 정책"
동성애자 입학·채용 사실상 차단…수업중 혐오표현도
"인준시 대법 판결에 영향 미칠까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에이미 코니 배럿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노골적인 반(反)동성애 정책을 펼친 기독교 학교의 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학교는 동성애자의 채용이나 입학을 사실상 차단하고 교사가 학생들에게 '모든 동성애자는 지옥에 간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력 탓에 배럿 지명자가 대법관이 되면 성소수자에 적대적인 시각이 판결에 묻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은 해당 학교 졸업생, 교직원 20여명을 인터뷰하고 채용·입학 동의서 등을 분석해 이같이 보도했다.
배럿 지명자는 2015년 7월∼2017년 3월 미국 기독교 학교인 '트리니티 스쿨'의 이사로 재직했다.
이 학교는 '찬송하는 사람들'이라는 종교단체가 운영하며 인디애나, 미네소타, 버지니아에 각각 지부를 두고 있다.
AP와 인터뷰한 다수는 이 학교가 동성애자들을 배척하는 정책을 도입했다고 증언했다.
일례로 이 학교 출신인 한 명은 미네소타지부 교직원 회의에서 교장이 동성 부부의 자녀는 입학할 수 없다며 "그들의 삶은 우리 신념과 너무 배치된다"고 말했다고 AP에 전했다.
실제로 이 학교의 2018∼2019년 입학 동의서에는 "인간의 성행위는 결혼 관계에서 이뤄져야만 참된 것이며, 결혼은 남성과 여성 간 합법적이고 헌신적인 관계"라고 명시돼 있고 동성 간 성행위는 학교의 핵심 가치에 어긋난다고 적혀 있다.
2014∼2015년 교직원 채용 동의서에도 "성적 부도덕은 트리니티 스쿨에 있을 자리가 없다"고 돼 있고 "동성 간 성행위"가 사례로 제시돼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졸업생들은 수업시간에도 노골적인 반동성애 교육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다수 졸업생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관한 수업 중 교사가 한 대목을 남성 동성애자들이 지옥에서 벌 받는 장면으로 해석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졸업생은 인디애나주 학교에 다니던 1990년대 초반, 교사 한 명이 학생들 앞에서 모든 동성애자는 지옥으로 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런 정책과 분위기 탓에 동성 부부 자녀의 입학이나 동성애자 직원의 채용은 사실상 차단됐으며, 배럿 지명자가 이사로 있을 당시에도 반동성애 정책들이 도입됐다고 AP는 전했다.
배럿 지명자는 지난 13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성적 선호에 근거해 차별한 적 없고 앞으로도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이 학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근무한 이력 탓에 일각에선 그가 동성애를 혐오하며, 이런 시각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캠페인'(HRC)의 알폰소 데이비드 회장은 "극우 성향의 대법원이 수십년간 성 소수자의 인권을 저해할 것이 우려된다"며 배럿 지명자의 인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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