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쇼 아니다, 4년 더 이렇게 보낼 순 없어"…트럼프 실정 맹공
"13일이 수십년 좌우"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서 전면등장…판 흔들까
트럼프 코로나19 부실 대응 공격하며 '모범사례' 한국과 대비하기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송수경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원을 위해 구원 등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직설적 언사로 사정없이 맹공했다.
그가 자신의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8년간 호흡을 맞춘 바이든 후보를 위해 지원 유세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그는 11·3 대선을 13일 앞둔 이날 핵심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로 출격, 원탁회의, 야외 유세 등 오프라인 행사를 가졌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에 탄 청중을 대상으로 한 드라이브인 유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무능'을 원색적으로 공격, 작심비판을 이어가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감염됐던 것을 거론하며 "도널드 트럼프는 갑자기 우리 모두를 지킬 수 없다. 그는 심지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기본 조치들도 취할 수 없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의 팬데믹 교본을 기우뚱대는 테이블 받침대로 써버린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팬데믹이 어떤 대통령에게든 도전이 됐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더 잘 대응하는지에 대해 보여줬다며 한국과 캐나다를 모범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인구당 사망률은 미국의 1.3%에 불과하다. 캐나다도 미국의 39% 수준이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다면 상황이 이렇게 나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친구들을 돕는 것 외에는 어떠한 일에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직무의 엄중함을 알지 못한다면서 시청률 및 트위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을 '조롱'한 뒤 "이것은 리얼리티 쇼가 아니다. 이것은 리얼리티(실제상황)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도자들이 매일 거짓말을 하고 이야기를 거짓으로 꾸며낸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이에 무감각해져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어 '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가 집권한다면 국민은 날마다 미친 소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세계를 지배하는 은밀한 무리가 있다는 (음모론 집단 큐어논의) 음모론을 리트윗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사람들을 더 잔인하고 인종주의적으로 만들며 분열을 조장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 치적으로 꼽아온 경제 성적표에 대해서도 "그가 물려받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망쳐버렸다"고 맹공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 노선을 취하면서도 뒤에서는 중국 은행에 계좌를 개설, 중국과의 사업을 타진했다는 NYT 보도를 들어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만일 내가 재선 출마 당시 중국에 비밀 계좌를 갖고 있었다면 (친트럼프 매체인) 폭스 뉴스는 나를 '베이징 배리'(Beijing Barry. 배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 별칭)라고 불렀을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앞으로 13일의 기간이 다가올 수십 년을 위해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4년을 더 이렇게 보낼 수 없다. 우리는 변화를 위해 투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여론조사상 우위에도 실제 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권을 내준 '쇼크'를 환기시키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투표소에) 나타나야 한다. 우리는 이 선거에 어떠한 의심도 남겨선 안 된다"며 "우리는 안주할 수 없다. 나는 여론조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번에도 아주 많은 여론조사가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아주 많은 사람이 (투표하러 가지 않고)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느긋했으며 안심했다. 이번에는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안 된다"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유세에 앞서 흑인 남성 선출직 공직자와의 원탁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나는 지난 4년간 화나고 좌절했지만 절대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막판 선거전에 직접 뛰어듦에 따라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고 나아가 요동치는 부동층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는 이날 민주당 상징색인 푸른색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은 채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가 첫 유세에서 트럼프에 대해 분노에 찬 일갈을 인정사정없이 했다면서 지난 4년간 오바마가 트럼프에 대해 충분히 공개 비판을 하지 않았다고 불평해온 민주당 인사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했다고 보도했다.
CNN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했고, 로이터통신은 오바마의 등장이 마지막 TV토론을 앞두고 두문불출한 바이든의 공백을 메웠다고 촌평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주말인 24일과 내주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격전지 플로리다에 지원출격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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