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 첫 순방…中 견제 속 자극 피하는 '양면외교' 전개

입력 2020-10-22 10:39  

日스가 첫 순방…中 견제 속 자극 피하는 '양면외교' 전개
아베 전 총리 노선 답습 표방…'같은 듯 다른 모습' 보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3박 4일 일정의 첫 해외순방을 마치고 21일 저녁 귀국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달 16일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의 핵심 멤버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골랐다.
이번 순방은 국내적으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외교 노선을 계승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을 기축으로 동·남중국해에서 해양패권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 외교를 펴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무대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방문 대상국과 표면적 목표가 제2차 집권을 시작한 직후의 아베 전 총리를 그대로 답습했다.



아베 전 총리는 취임 한 달만인 2013년 1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를 찾아 '법의 지배에 의한 보편적 가치' 실현과 아세안과의 경제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주창하며 2차 집권기의 외교 무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스가 총리는 이번에 반정부 시위사태가 이어지며 정정이 불안한 태국을 건너뛰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차례로 찾았다.
두 나라 방문 중에 남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법의 지배 등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에서는 19일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회담하고 '방위장비품·기술이전 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해 일본산 방위 장비를 베트남에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스가 총리는 푹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방위 장비와 기술 이전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안보 측면에서 큰 걸음을 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베트남에 방위 장비를 수출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을 한 셈이다.
또 19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일본대학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관해 "법의 지배나 개방성과 역행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연설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계속 발신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회담하고 500억엔(5천400억원)의 저리 차관 지원을 약속하는 등 아세안 중심 국가인 인도네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도모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모두 전통적으로 일본에 우호적인 국가여서 스가 총리의 무난한 국제외교 데뷔 무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순방을 통해 아세안 국가와의 관계 강화와 중국 견제 효과를 노리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눈에 띈다.
스가 총리는 실제로 21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귀국 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위에도 반대한다"며 모든 당사자가 힘이나 위압이 아니라 국제법에 근거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전 총리는 제2차 집권 후의 첫 동남아 순방 때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중국을 지목했지만, 스가 총리는 중국 견제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의 경우 우호국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 포위망' 구축을 꾀했지만, 스가 총리는 중국을 국제 규칙의 틀 안으로 유도해 공존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자세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스가 총리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을 주창하면서도 중국을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은 데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가 총리는 자카르타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미국, 호주, 인도와 함께 참여하는 전략대화인 '쿼드'(Quad)를 놓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인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라고 경계감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도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인도·태평양판 나토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스가 총리가 이처럼 중국을 견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으로는 올 4월로 예정됐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된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 카드가 살아 있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코로나19로 악화한 내수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불가결한 요소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경제교류 비중이 큰 중국과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해 안정된 중일 관계가 국제사회에도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스가 정권 외교 전략의 일단을 드러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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