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방호구 비축하고 병상확충·의료진 재교육
현장 스트레스 고조…"이미 기력소진, 더는 못한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겨울 대유행이 예고되자 유럽 의료계가 전쟁준비에 나섰다.
올봄 1차 확산 당시 일손과 물품 부족으로 의료체계 붕괴 수준에 내몰렸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병원들은 올해 초 공급 부족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약품 및 보호장비를 쌓아두기 시작했고, 스페인 병원들은 환자 증가에 맞춰 탄력적으로 병상을 확충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한 대형 병원에서는 최대 4개월 분량의 보호장비를 비축해뒀으며, 의료진에게도 새로운 진료 절차를 교육했다.
1차 확산의 진앙으로 꼽혔던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에서는 중환자실이 부족했던 당시 상황을 재현하지 않고자 환자를 여력이 있는 병원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보건 당국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의료진이 피부로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여전하다.
파리 외곽의 한 병원의 집중치료 실장인 다니엘 다 실바는 "1차 확산으로 기력이 소진됐으며, 심리적으로도 여전히 지친 상태"라면서 "모든 일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프랑스 당국은 올여름 국영 보건 시스템에 투자를 확대하고, 병원 의료진에게 급여 및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몇달 사이에 병원 사정이 확연하게 나아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 병원의 집중치료 병상 중 이미 절반은 코로나19 환자로 채워졌으며, 최근 여러 건의 비응급 수술이 취소되기도 했다.
다른 의사는 "이제 더 나은 치료 방법을 알게 됐는데도 이를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이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폴란드에서는 의료진 일부가 정부의 지원 부족을 탓하며 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수도바르샤바의 한 병원에서는 지난 9일 정부가 코로나 환자 수십명을 내려보내려 하자 "이미 병상에 있는 일반 환자는 어디로 보내란 말이냐"면서 사의를 표한 의사들이 일주일 사이에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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