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적절히 통제…토론다운 토론 유도 호평
'말끼어들기' 피한 트럼프 변화 큰 요인…1차토론 진행자 "질투난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최종 토론에서 질서를 지켜냈다"(뉴욕타임스) "토론의 분명한 승자다"(가디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22일(현지시간) 마지막 대선 TV토론에서 진행을 맡은 미 NBC방송의 앵커 겸 기자 크리스틴 웰커가 일약 주목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빈번한 발언 끼어들기로 난장판이라는 혹평을 받은 1차 토론과 달리 두 대선 후보가 토론다운 토론을 하도록 분위기를 끌어냈다는 평가 때문이다.
23일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제발 한 번에 한 사람만 얘기해달라"고 호소하며 TV토론을 시작한 웰커는 토론 중간 답변이 길어지면 "주제를 옮겨야 한다"고 적절히 유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를 적절히 압박해 전반적으로 토론회를 효과적으로 통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웰커의 성공적 진행에는 수년간 백악관을 현장에서 취재한 경험이 힘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44세인 그녀는 1992년 이후 대선 TV토론 진행을 맡은 첫 흑인 여성이기도 했다.
웰커의 내공 외에도 토론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무엇보다 큰 요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1차 TV토론 때 빈번한 방해 행위로 토론을 파행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90분간 93번의 토론 방해 행위 중 71번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집계했다.
이번 토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부정적 이미지를 전환하기 위해 절제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한 조언이 통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전 웰커를 향해 "완전히 편향됐다", "불공정하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해 TV토론 도중 그를 공격하는 장면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회 도중 오히려 "지금까지 당신이 토론회를 다루는 방식을 매우 존중한다"고 칭찬했다.
이번 토론에서 후보들의 말 끼어들기를 방지하기 위해 주제별 토론 시작 직후 한 후보가 2분간 질문에 답하는 시간에는 상대 후보의 마이크를 묵음상태로 만든 제도를 도입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앞선 1차 TV토론 진행을 맡은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 중간중간 쉴 새 없이 끼어드는 것을 제지하느라 애를 먹었다.
지난 7일 부통령 후보 TV토론 사회를 맡은 수전 페이지 USA투데이 워싱턴지국장은 후보들의 회피성 답변을 따지지 않고 그대로 뒀다는 비판을 받았다.
월리스는 전날 TV토론 시청 소감을 묻는 말에 "우선 질투가 난다. 내가 이 토론을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부러움을 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웰커는 목요일 밤 원하는 것을 얻었다"며 통제할 수 없다는 일부 생각과 달리 TV토론의 질서를 회복했다고 평가했고, 가디언은 "마지막 대선 토론에서 분명한 승리자는 진행자인 크리스틴 웰커"라고 추켜세웠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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