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종잣돈 50억원 옛 한국로지텍 지분 60%로 출발
매각·상장·규제로 지분율 감소…가치는 1.6조로 급증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에 오르면서 현대글로비스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주요 계열사 중 정 회장이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계열사로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정 회장 취임 하루 전인 지난 13일부터 뛰어올랐다. 지난 12일 주가는 15만원이었으나 지난 23일에는 18만8천500원으로 마감해 25.7% 급등했다.
지난 21일에는 20만500원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2016년 2월 23일(20만2천500원) 이후 56개월 만에 2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3.29%, 시가로는 1조6천억원을 넘는다. 3조원이 넘는 정 회장의 전체 상장사 보유주식 가치의 절반을 웃돈다.
정 회장 지분은 2015년 2월부터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6.71%를 더하면 29.99%다.
정 회장은 어떻게 현대글로비스 현재 지분을 보유하게 됐을까.
시작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3월 현대차그룹은 한국로지텍이라는 물류 계열사를 설립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전신이다.
당시 자본금은 12억5천300만원. 정 회장이 59.85%, 정 명예회장이 40.15% 지분을 보유했다. 자본금은 50억원으로 늘어났는데, 이것이 현대글로비스의 사실상 설립 종잣돈이었다.
이후 정 회장은 배당금을 받아 현대글로비스의 자본금을 150억원까지 늘렸다.
현대글로비스는 설립 이후 계열사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며 급성장했다.
설립 첫해 연간 매출은 2천억원(1천984억원), 영업이익은 100억원(93억원)에 육박했다. 2005년 매출은 7배(1조5천408억원)를 넘었고, 영업이익은 8배(785억원)가 됐다.
2004년 11월께 정 회장 지분에 첫 변동이 생긴다.
자신의 지분 20%와 정 명예회장 지분 5%를 더해 25% 지분을 노르웨이 해운사 빌헬름센에 1억달러에 매각했다. 당시 전략적 제휴 차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회장 지분은 39.85%로, 정 명예회장은 35.15%로 낮아졌다.
이 매각대금은 이듬해 2005년 2월 당시 기아차 부사장이던 정 회장이 기아차 주식 1%(337만주)를 사들이는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부자의 지분은 이듬해 12월 다시 바뀌게 된다.
현대글로비스의 상장에 따른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300만주였던 주식을 3천만주로 액면분할 했고, 750만주를 공모했다. 현재 주식수가 3천750만주인 이유다.
공모주 발행으로 정 회장 지분은 31.88%, 정 명예회장은 28.12%로 내려갔다.
[표] 정의선 회장, 현대글로비스 지분율 추이
┌─────┬──────────┬────────────────────┐
│시기 │지분율(%) │변동 사유 │
├─────┼──────────┼────────────────────┤
│2020. 10. │정의선 23.29정몽구 │2015년 2월부터 지분율 유지 │
│ │6.71││
├─────┼──────────┼────────────────────┤
│2015. 2 │정의선 31.88→23.29 │정의선 8.59%, 정몽구 4.80% 등 13.39% 시 │
│ │정몽구 11.51→ 6.71 │간외대량매매 → 일감 몰아주기 규제 피하 │
│ ││려 지분율 30% 이하로 낮춤 │
├─────┼──────────┼────────────────────┤
│2014. 12~2│정의선 31.88정몽구 2│정몽구재단(구 해비치) 주식 출연 및 주주 │
│007. 11 │8.12→11.51 │대표소송 배상액 현대차에 변제. │
├─────┼──────────┼────────────────────┤
│2005. 12 │정의선 39.85→31.88 │상장으로 주식수 증가(3천만→3천750만) 따│
│ │정몽구 35.15→28.12 │른 하락 │
├─────┼──────────┼────────────────────┤
│2004. 11 │정의선 59.85→39.85 │노르웨이 해운사 빌헬름센에 정의선 20%, │
│ │정몽구 40.15→35.15 │정몽구 5% 등 25% 지분 매각 │
├─────┼──────────┼────────────────────┤
│2004~2001 │변동 없음 │자본금 12.5억→50억→150억원으로 확대 │
├─────┼──────────┼────────────────────┤
│2001. 3 │정의선 59.85정몽구 4│정몽구 부자가 100% 지분 보유한 한국로지 │
│ │0.15│텍(현대글로비스 전신) 설립※ 최초 자본금│
│ ││ 12억5천300만원 │
└─────┴──────────┴────────────────────┘
(서울=연합뉴스)
현대글로비스는 '따상상'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향후 후계 구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2만1천원이던 공모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 뒤 이틀 연속 상한가(당시 15%)를 기록했다.
주가는 순식간에 5만6천200원까지 뛰어올라 시가총액은 2조원을 넘었고, 정 회장 지분 가치 역시 6천억원을 넘었다.
이후 정 회장의 지분은 2015년 2월까지 10년 가까이 변동이 없었다. 다만, 아버지 정 명예회장의 지분은 크게 감소했다.
정 명예회장은 2006년 4월 계열사에 1천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됐다. 현대글로비스도 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정 명예회장은 재판을 받던 이듬해 5월 '사회에 1조원 상당을 환원하겠다'고 했고, 이 기금 마련을 위해 수년에 걸쳐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팔았다.
또 현대차 소액주주들과 경제개혁연대가 낸 소송에서도 패하면서 현대글로비스 주식으로 현대차에 입힌 손해를 변제했다.
이에 지분은 2007년 11월부터 7년간 28.12%에서 11.51%로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2015년 2월 현재 지분을 유지하는 대량 매매가 이뤄졌다.
직전까지 지분율은 정 회장 31.88%, 정 명예회장 11.51%였는데 둘을 합쳐 13.39%에 해당하는 500만주 이상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공정거래법 시행으로 대주주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30% 이하로 낮춘 것이다.
이 매각으로 정 회장은 지분율은 낮아졌지만, 약 7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상장 이듬해인 2006년 주당 150원을 배당했으나, 지난해에는 3천500원을 배당하는 등 2015년부터는 배당금이 주당 3천원을 넘어섰다.
정 회장은 이에 최근 5년간 매년 300억원 안팎의 배당을 받았다.
taejong7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