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 군용기 대만 상공 비행을 자국 영공 침범으로 간주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군용기가 대만 상공을 지났는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중국 인민해방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측의 부인에도 미 군용기가 대만 상공을 비행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인민해방군 관계자는 SCMP에 "지난 수요일 미 군용기가 타이베이 상공을 지나는 모든 과정을 추적했다"며 "이번 비행에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인구가 많은 도시 상공을 군용기가 지나는 것은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비전문적인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안은 지난 21일 'Golf9', 'Tokyo Radar' 등 항공기 추적 사이트들이 미국 군용기가 대만 상공을 날았다는 소식을 동시에 전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미 태평양 공군 공보 부서는 성명을 내고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일상적 임무의 일환으로 대만 북부 지역을 비행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23일 미 태평양공군 공보 부서장인 토니 윅맨 중령은 해당 시간대에 자국 군용기가 대만 상공을 비행하지 않았다면서 앞선 발표를 '정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과 심각한 마찰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뒤늦게 자국 군용기의 대만 상공 비행을 부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콜린 코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연구원은 "(미국과 대만) 두 공군 당국이 지역에서 더욱 문제를 키우지 않으려고 사안을 축소하려 한다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설명에 가깝다"고 말했다.
1979년 미중수교를 통해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한 미국은 대만에서의 군사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 군용기의 대만 상공 비행이 실제로 이뤄졌다면 이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중국은 대만을 수복하지 못한 지방으로 간주한다. 이런 맥락에서 미 군용기의 대만 상공 비행을 자국 영공 침범 행위로 여긴다.
미국과 중국 갈등이 신냉전으로 치달으면서 미국은 정부 간 교류 개시, 무기 수출 확대 등 대만과의 관계를 급진전시키고 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기세로 대만을 겨냥한 고강도 무력시위에 나서면서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도는 중국이 대만 앞바다에 미사일을 날린 1996년 '미사일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