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대통령은 자진사퇴 등 야권 요구 무시…정국 향방 주목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대선 부정 논란에 따른 정국 혼란이 3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옛 소련국가 벨라루스에서 선거 불복 운동을 이끌고 있는 야권 지도자가 26일(현지시간)부터 총파업을 선언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경쟁한 뒤 신변 안전 때문에 이웃 리투아니아로 피신해 있는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25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내일, 26일부터 총파업이 시작될 것"이라면서 "이 나라에 법을 돌려 놓는 데는 주요한 평화적 무기인 연대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파업 참여를 촉구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앞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자진 사퇴 등을 요구한 최후통첩 시한 종료일인 이날 전국적으로 대규모 야권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루카셴코가 야권의 요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총파업 강행을 선언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지난 13일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자진 사퇴, 폭력적 시위 진압 중단, 모든 정치범 석방 등의 요구를 25일까지 이행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그는 이 같은 요구 조건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26일부터 모든 기업이 참여하는 총파업, 전면적 도로 봉쇄, 국영매장 상품 불매 운동 등을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야권의 이 같은 요구와 관련 루카셴코 대통령은 수감 중이던 야권 인사 몇 명을 석방한 것 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야권 지지자들은 최후통첩 시한인 이날 수도 민스크를 포함한 전국 10여 개 도시에서 동시다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섬광탄과 최루탄, 고무탄 등을 이용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일부가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인권단체 '베스나'(봄)는 전국적으로 10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벨라루스인들은 최후통첩을 보냈고 오늘 가두행진 참가자 수(약 10만명 주장)는 국민의 의지가 작동하고 있으며 그것을 짓누를 순 없다는 확인이었다"고 강조했다.
티하놉스카야가 총파업 등의 저항을 선언했지만, 시위 장기화로 야권의 결집력이 크게 약화한 상황이라 그의 호소가 폭발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당국에 체포된 반체제 성향의 유명 블로거 티하놉스키의 부인으로 남편을 대신해 대선에 출마했던 티하놉스카야는 선거 뒤 리투아니아로 도피해 야권의 저항 운동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루카셴코는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달 23일 전격적으로 취임해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루카셴코는 야권의 퇴진 요구를 일축하고,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정부나 의회 등으로 일부 나누어주는 헌법 개정을 통해 정국 혼란을 수습하려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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