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선으로 현실화하되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 완화를 위해 9억 원 미만의 주택에 대해서는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27일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국토연구원은 현실화 도달 목표를 각각 80%, 90%, 100% 등으로 설정하고 다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식으로 모든 부동산의 현실화율을 동일한 기간에 달성하는 방안, 기간은 다르게 하되 같은 폭으로 오르게 하는 방안, 9억 원을 기준으로 나눠 가격대별로 다른 속도로 현실화율을 높여가는 방안 등 3개의 안을 제시했다.
최종안은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당정 협의와 국회 논의를 통해 정해지겠지만, 당정이 현실화율 목표로 90%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고 한다. 현실화율 제고 방식으로는 세 번째 안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9억 원 미만의 주택은 3년간 일정 수준의 현실화율에 도달하도록 맞춘 뒤 이후 목표치까지 끌어올리게 하고, 9억 원 이상 주택은 바로 현실화율을 향해 균등하게 상승시키는 안이다. 이렇게 되면 9억 원 미만 주택의 경우 현실화율 목표 도달에 15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처럼 난해한 방안이 나온 것은 공시가격 실태가 그만큼 복잡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가 65.5%. 단독주택은 53.6%,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69.0%다. 그나마 부동산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린 결과가 그 정도다. 주택의 유형뿐만 아니라 가격대별로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차이가 크다. 2018년 이전까지만 해도 저가 부동산보다 고가 부동산의 현실화율이 낮았으나 정부가 지난 2년간 고가 부동산 위주로 현실화율을 크게 올려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30억 원 초과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9.5%에 달하지만 9억 원 미만은 68.1%에 그친다.
그동안 부동산 공시가격은 시세에 비하면 턱없이 낮게 책정돼 왔으며 너무나 오랫동안 비정상이 이어지다 보니 이것이 당연하게 여겨진 측면도 없지 않다. 부동산의 유형이나 가격대에 따라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제각각인 데는 '발등의 불' 격인 부동산 시장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비상 대책의 필요성 등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 자체로 논리적 근거와 정합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회가 정하는 세율에 손대지 않고 공시가격 조정을 통해 사실상 세금 인상 효과를 거두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것은 물론 지역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대상자 등의 판단 자료가 된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시가격을 '가격'이라는 말의 본래 의미에 맞게 실제 거래되는 시세를 토대로 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부동산 투기와 무관한 1주택 보유 중산·서민층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곤란하다. 문제는 제도의 수용성, 예측 가능성, 형평성 등을 생각할 때 사안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복잡한 방안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차라리 모든 부동산 유형별, 가격대별로 동일한 기간에 목표한 현실화율에 도달하도록 하되 보호가 필요한 계층을 위해서는 국회 입법을 통해 세제 감면과 같은 대책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해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중저가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중산층에 대해서는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해 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회에서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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