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중간선거서 등 돌린 교외 '앵그리맘' 이탈 가속화 우려에 공화도 초조
女 유권자층서 20% 밀린 트럼프, 연일 교외 여성층 구애…투표율 관건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트럼프는 교외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여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3일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뚫어야 할 가장 취약한 지대 중 하나로 꼽힌다.
평소 여성 혐오 발언 등으로 잦은 구설에 올랐던 트럼프 대통령은 여심(女心)을 공략하기 위해 구애에 나서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큰 폭으로 밀리는 등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취약한 여성 지지율이 '백악관에서 4년 더'를 잃게 할 수 있다"며 낮은 여성 지지율이 재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러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여성 유권자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형편없는 수준으로, 2016년 대선 이래 더욱 악화해왔다는 것이다.
공화당 인사들조차도 교외 여성 유권자들이 대거 등을 돌리면서 공화당에 뼈아픈 패배를 가져다줬던 2018년 중간선거의 흐름이 재연되거나 오히려 가속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더 힐이 전했다.
'앵그리맘'(분노한 엄마들)으로 대변되는 교외 여성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의 향배를 좌우할 핵심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경합지 유세에서 "교외 거주 여성들이여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제발 나를 사랑해줄 수 있을까요"라며 읍소 전략을 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7일 역시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로 달려가 남편이 여성과 어린이를 소중히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냉담한 교외 지역 여성 유권자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다. 이번 대선 국면의 첫 출격이었다.
그러나 위스콘신-매디슨대가 6대 경합주들에 포함되는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주(州)를 대상으로 실시,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58%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38%)을 2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전체 유권자 사이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주(州)별로 8∼10%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에 비해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반면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따돌린 격차는 최근 조사에서 3%포인트에 그쳐 차이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더 힐이 보도했다.
물론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에도 여성 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예매체 '액세스 할리우드'의 빌리 부시와 과거 버스 안에서 나눈 음담패설이 담긴 녹음파일이 그해 대선 전인 10월 초 폭로된 것을 비롯, 성 추문과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인해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다. 더욱이 상대는 미국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여성 전체에서는 13%포인트 차이로 힐러리에게 밀렸지만, 백인 여성층에서는 오히려 9%포인트 차이로 앞섰다고 더 힐이 전했다.
그러나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실전에서도 4년 전 수준의 성적을 내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밀린 격차가 26%포인트나 된 지난주 퀴니피액대 여론조사를 인용했다.
더욱이 이번 대선에서는 여성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간 국정운영을 통해 보여준 실제 기록에 근거해 판단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게 반(反)트럼프 진영 인사들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여성들을 모욕한 기록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더 힐은 경제활동 정상화의 주체를 '남편'으로 국한한 유세 발언과 교외 여성들을 '교외 주부들'로 단정적으로 표현한 지난 7월 트윗 등을 예로 들었다.
결국 여성을 무시·비하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고 하며 사물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분노한 여성 유권자들이 실제 얼마나 투표장에 몰려나올지, 즉 여성 투표율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민주당 전략가 줄리 로진스키가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인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인준을 대선 전에 마무리한 것이 일부 여성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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