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안팎의 비판 속 또 '노마스크'로 수요 일반알현 진행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카메룬에서 발생한 학교 총기 난사로 최소 20명의 어린이가 사상한 것과 관련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28일(현지 시각) 바티칸시국 내 바오로 6세 알현실에서 주례한 수요 일반 알현 말미에 이 사건을 언급하며 "지난 토요일 야만적으로 살해된 어린 학생들 유족의 고통을 함께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무고한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빼앗은, 그러한 잔인하고 몰상식한 행동에 큰 절망감을 느낀다"면서 "다시는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분쟁으로 얼룩진 카메룬의 북서부와 남서부 지역에 평화가 깃들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4일 카메룬 남서부 쿰바 지역의 한 학교에 괴한들이 침입해 교실에서 수업 중이던 학생들에게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 최소 8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카메룬은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은 유산으로 불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전체 인구 2천400만 명의 20%를 차지하는 영어권 주민은 주로 서부지역에 거주한다.
이들은 중앙정부로부터 차별을 받아왔다며 2017년 10월 영어권 지역 분리·독립을 선포했고 이후 정부군과 반란군의 충돌로 민간인을 포함해 3천 명 이상이 숨지고 약 7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교황은 이날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했다. '노마스크' 상태로 현장의 주교·사제들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포착됐다.
다만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일반 신자들이 있는 연단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교황은 "나는 여기 위에 있을 것이다. 내려가서 여러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싶지만 우리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며 미안해했다.
교황은 유럽 전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외부 인사를 접견하고 대중 행사를 주례해 비판을 받아왔다.
교황이 코로나19 위기 속에 가톨릭교회의 진로를 모색하고자 설립한 위원회 멤버인 아우구스토 참피니 신부는 27일 취재진과 원격 간담회에서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을 인정하며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교황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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