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간질 치료에 쓰이는 항경련제 중 하나인 발프로산(valproic acid)을 임신 초기에 사용하면 태어난 아이가 나중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또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가 나타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인디애나대학 의대 소아 정신병리학 전문의 브라이언 도노프리오 교수 연구팀이 1996~2011년 여성 간질 환자에게서 태어난 아이 1만4천614명과 어머니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가 29일 보도했다.
이 아이들 어머니의 23%는 임신 첫 3개월 사이에 항경련제를 사용했다. 10%는 카르바마제핀, 10%는 라모트리진, 5%는 발프로산을 사용했다.
이 중 발프로산을 사용한 여성이 출산한 아이들은 항경련제를 사용하지 않은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나중 ADHD 위험이 2배 이상, ASD 위험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카르바마제핀이나 라모트리진은 이러한 위험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발프로산을 사용한 여성이 출산한 아이는 699명 중 154명이 10세 전에 ADHD, 36명은 ASD 진단을 받았다.
이에 비해 임신 중 항경련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1만1천298명 중 251명이 ADHD, 54명이 ASD 진단을 받았다.
간질의 중증도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임신 첫 3개월 사이에 발프로산을 사용한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나중 ADHD 위험이 2.3배, ASD 위험이 1.7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발프로산은 임신 중에는 가능한 한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되고 있다. 출생 결함이나 태어난 아이에게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질에 의한 전신 발작(generalized seizures)의 1차 치료제 중에서는 발프로산이 최선의 선택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항경련제, 특히 발프로산을 사용하는 여성은 임신했을 때 의사와 상의해 태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과 간질 관리를 고려해 결정을 내리도록 연구팀은 권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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