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잇따른 참수…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되살아난 이유는

입력 2020-10-30 11:36   수정 2020-10-30 16:32

프랑스서 잇따른 참수…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되살아난 이유는
"인터넷 통해 개인·소그룹 스스로 극단주의자로 변모"
일부 국가 반서구주의·이민자 빈곤 심화 등도 원인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최근 한 달 사이 프랑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들의 테러 공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도전에 직면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29일 전했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탄생일이기도 한 29일에는 프랑스 남부 니스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발생한 참수 테러로 3명이 목숨을 잃었고, 리옹에서는 긴 칼로 무장한 20대 아프간 국적 테러 위험인물이 트램에 올라타려다가 체포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도시 제다에 있는 프랑스 영사관에서는 사우디 국적의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영사 경비원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2주 전에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한 중학교 교사가 무함마드를 풍자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줬다가 참수당했고, 9월에는 샤를리 에브도 옛 사옥 인근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흉기에 찔린 2명이 병원으로 옮겨진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잇따른 테러에 칼을 빼 들었다. 그는 극단주의와 폭력을 조장하는 모스크(이슬람사원)나 조직들은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슬람 주요 단체가 최근 테러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이슬람 지도자들이 격하게 반응하면서 조성된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나타난 결과라는 게 가디언의 지적이다.
또 전문가들은 한번 테러가 발생하면 비슷한 형태의 후속 테러 공격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직접 개입 여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나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들은 일련의 테러에 만족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들 조직은 극단주의 조직의 급속한 진화 속에서 어떻게든 유의미한 조직으로 남을 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자들은 유럽의 극단주의자들이 넓은 이슬람 극단주의자 체계 속에서 보면 느슨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테러 가담에 전달자 역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네트워크는 전반적으로 자생적이어서 IS나 알카에다와 조직적 연계는 없다.
개인이나 소그룹이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극단주의자로 변모한 사례도 있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최근 서구 사회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해 주의가 덜해졌던 것은 사실이다.
유럽 내 테러로 인한 사망은 지난해 70% 급감했고, 서유럽에서는 사건이 2012년 이후 가장 적었다. 최근 유로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음모는 21건 발생했다. 4건은 실패했고, 14건은 저지됐으며 3건만 시행됐다.
지하디스트 음모는 전년의 24건, 2017년 33건에 비해 감소했다.
이는 2015∼2016년의 유럽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권총과 트럭을 이용한 잇따른 테러 공격으로 수백 명의 희생자를 냈던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당시에는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통치하면서 서방을 공격목표로 삼고, 유럽에서 건너온 청년들을 훈련시킬 캠프를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일련의 네트워크와 프랑스와 시리아를 연결하는 유능한 상급 전투원이 존재하는 와중에 서유럽 보안기관의 무능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극단주의 테러 공격이 급증했었다.
이 같은 요인들은 이제 대부분 사라졌지만, 일부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지하디스트 테러로 인한 체포가 유럽의 절반 수준인 200건이나 이뤄졌다. 프랑스에서는 또 8천명이 극단주의자로 변모할 위험에 처해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학교 교사의 참수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소셜미디어의 치명적 역할, 2012∼2017년 체포됐던 극단주의자들의 석방이 임박한 점 등은 추가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니스 흉기 테러 용의자는 북아프리카 튀니지 출신으로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로 넘어온 21세 청년이다. 중학교 교사 참수 용의자와 샤를리 에브도 옛 사옥 인근 흉기 난동 용의자도 각각 체첸과 파키스탄 출신의 18세 이민자였다.
슈자 나와즈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연구원은 "파키스탄과 같은 이민자들의 모국에서는 이슬람교 율법학자와 포퓰리스트 정부의 영향으로 이슬람화와 반서구주의가 심화하고 있는 반면, 교육시스템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민자들의 종착지가 되는 서구 국가에서는 이슬람 이민자들의 게토화가 심화해, 이민자들이 방어기제로 종교에 더 심취하게 되면서 폭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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